“누, 누구……?” “이런, 못 들어봤군! 난 네 이혼남 꼬리표야!”
기발한 상상력, 재기발랄한 스토리로 풀어낸 이혼 판타지 소설
이혼 후에 따라붙는 이혼남/이혼녀라는 꼬리표를 실제 사람(분신)으로 형상화한 재기발랄한 소설 《돌싱유치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스무 살의 011, TTL’(TTL), ‘이것이 자동차의 본질이다’(쉐보레), ‘맥주 맛도 모르면서’(MAX), ‘세상은 자란다’(네이버), ‘believe it or not’(현대카드), ‘만족’(올레KT), ‘생활의 중심’(SK텔레콤), ‘생각대로’(SK텔레콤), It's different(SKY) 등의 유명 광고 캠페인을 탄생시킨 광고 플래너 김승열의 첫 소설이다.
감각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늘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접근법을 고심해온 광고계의 베테랑답게 작가는 이혼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설정으로 재미와 공감을 동시에 담아냈다.
이혼 후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분신(이혼남 꼬리표)이 따라다니고 강남 도로 한복판에 이들이 다니는 특수한 공간인 ‘돌싱유치원’이 존재한다는 판타지적 설정은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돌싱유치원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은 흡사 시트콤을 보는 듯 유쾌하고도 재기발랄하다. 아이들에게 엄마를 만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광고회사 차장인 영민의 이혼남을 중심으로, 청국장 때문에 이혼한 영민의 고등학교 동창인 광석과 그의 엑스 와이프 커플, 영민의 새로운 연인인 혜민의 이혼녀, 영민이 다니는 광고회사 사장의 이혼남,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카사노바 이혼남, 막노동과 대리운전으로 근근이 양육비를 부담하는 이혼남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이혼남녀의 진짜 속사정을 담은 생생한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개성이 강하면서도 한 번쯤 만나봤을 법한 친근하고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들이다. 여기에 감각적인 묘사와 빠른 전개가 더해져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영상이 떠오르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이에 대해 작가는 “영상과 스토리를 떼어서 생각하지 못하는 광고인답게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영상을 글로 옮기는 방식으로 써나갔다”고 했다.
“사랑의 치유법은 더욱 사랑하는 것뿐이다”
사랑을 잃었으나, 또 다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
“나는 영민의 오더셀이다. 나이 37세, 광고회사 차장인 김영민과 똑같되, 동시에 전혀 다른 인물이다. 이혼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더셀이나 오더셀라의 존재 자체를 모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혼과 더불어 반드시 나타난다.”
《돌싱유치원》은 이런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혼 판타지 소설이다. 광고회사 차장인 영민은 이혼한 날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오더셀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오더셀은 이혼과 동시에 탄생하는 또 다른 나로, 분신이라는 뜻의 one’s other self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들의 역할은 자신의 이름처럼 당사자를 따라다니며 이혼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오더셀은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갖고 있고 인간처럼 행동하지만, 혼자 돌아다닐 수 없다는 제약을 갖고 있다. 오더셀은 때로는 당사자를 걱정하고 위로하지만 때론 티격대격 다투기도 하는, ‘또 하나의 나’이자 서로를 견디며 함께 살수밖에 없는 ‘동거인’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객관화하기 위해 만난 사이인지도 모른다. 영민은 아내의 외도 때문에 이혼했다지만 그건 결과론적인 얘기일 뿐, 그 내막이야 누가 알겠는가. 나는 왠지 영민보다 영민의 전처 입장을 이해할 것 같은 심정이다.”
오더셀 때문에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영민은 어쩔 수 없이 많은 돈을 들여 그들만을 맡아서 돌봐주는 곳인 ‘돌싱유치원’에 보내게 되고, 그곳을 배경으로 상상초월 에피소드들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유쾌하고 발랄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동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작가는 이혼 남녀들의 마음과 속사정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묘사함으로써 이혼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임을 일깨운다. 또한 이혼 후 혼란스러워하던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이 이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인정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사랑과 결혼, 이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이혼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여러 불편과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돌싱유치원〉), 아이들이 마음을 다치거나 불이익을 받을까봐 노심초사하는 이혼 부모의 마음(〈한 부모 콤플렉스〉, 〈두 번째 엄마〉), 새로운 연인을 만나고 재혼에 이르기까지 고민하고 갈등하는 과정(〈이혼은 필수, 재혼은 선택〉, 〈사랑이라는 수수께끼〉) 등은 결혼 혹은 이혼 여부와 상관없이 사랑을 해본 모든 남녀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돌싱유치원》은 이혼을 통해 결혼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는 한 남자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 영민은 “결혼은 미친 짓, 이혼은 못할 짓, 재혼은 힘든 짓”이라고 말하지만, 또 다시 사랑을 꿈꾼다. 새로운 사랑을 찾은 영민이 오더셀과 이별하는 것으로 끝나는 엔딩 장면은 “사랑의 치유법은 더욱 사랑하는 것뿐이다”라는 진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사랑을 잃었지만, 또 다른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