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라는 이름의 유혹
현대의 소설이나 만화, 여러 가지 매체에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꾸준히 사랑을 받는 직업이 몇 가지 있다. 의사ㆍ경찰과 같은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으로 찾아 볼 수 있는 직업군은 분명 그럴만하다고 여겨지지만, 소재로서 인기 있는 직업에 ‘닌자’라는 특수한 직업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조금 의아한 일이다.
‘닌자’는 일본에만 존재하는 고유의 직업군이다. 심지어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인물들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암살자’의 이미지와 함께 어둠 속 어딘가에서 표적을 노리며 살아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기이한 존재들이다. 은신과 변신술, 끈질긴 생명력이 그들의 상징인바 과연 지금도 어딘가에서 사무라이들이 아닌 재벌이나 왕족을 위해 일하고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그렇다면 일본인 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이 ‘닌자’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무엇이 닌자를 자꾸만 현대의 영화와 글 속에 재등장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 닌자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깊은 어둠 속 표출되지 못하는 욕망과 그림자를 실체화하면서도 동시에 고유의 개성까지 가진, 유일한 직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복수, 범죄, 살인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삶
『닌자』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닌자의 이야기이다. 한 남자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기억의 조각과 현재의 사건들을 맞춰가는 추리물이자 역사서이자 로맨스이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살인 사건과, 과거의 사랑을 닮은 현재의 연인, 사무라이들이 사라져가고 격변하던 전후(戰後)의 세상, 그리고 현대의 닌자들. 세상과 시대 때문에 일그러져야 했던 일가족의 관계가, ‘닌자’로서의 삶과 ‘인간’으로서의 삶을 크게 갈라놓는 모습을 우리는 책 속에서 읽어 낼 수 있다.
‘닌자’에 대한 일종의 동경은 때론 경외, 공포, 연민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그림자 속의 삶이 과연 인간을 얼마나 망가뜨리는 지를 또한 목격하며, 너무나 현실적인 묘사들을 읽을 때면 몸서리를 칠 것이다. 누가, 무엇을 위해서 이러한 잔악한 살인을 일삼았는지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타인을 증오하는 마음과 복수를 갈망하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용서를 생각하고 어쩌면 대리만족을 느낄지도 모른다.
더 가까이에 닌자가 있다
우리는 책 속에서만 닌자를 접해왔기에, 정말 ‘닌자’를 실감해 본 적은 없다. 만약 어느 날 누군가가 ‘내가 닌자야’ 라고 말했을 때 실없는 소리로 치부하고 웃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닌자』에 등장하는 닌자들은 모두가 어찌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누군가의 친구이자 연인이며 형제이다. 그들에게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피를 흘리기도 한다. 하등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도, 우리는 ‘그래도 내 주위엔 닌자가 있을 리 없어’ 하고 단정 짓는다. 그러나 닌자들 또한 처음부터 닌자였던 것이 아니다. 피 끓는 복수를 위해, 맞서 싸우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닌자가 되었다. 복수나 생명을 위해 자신을 수련하고 ‘닌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수 없이 많다는 이야기다.
『닌자』를 읽는 독자 여러분께서는 비단 ‘닌자’라는 특수한 암살자에게만 초점을 맞추기 보단 한 인간의 삶에서 비추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한다. 그저 단순한 재미나 스릴, 타인의 다양한 정사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시대란 무엇이며 삶이란, 관계란 무엇인지를 돌아보고 혹 내 주위에서 닌자가 되어가는 사람은 없는지, 나는 어떠한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