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도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길 위에서 그가 나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이요”
나는 그를 쳐다보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길을 걷고 있었지만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내가 걷고 있는 길은 이미 길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미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어디에도 이정표나 비상구는 없었고, 내 곁에서 머물던 사람들도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내 옆에서 길을 묻던 그도 어느 사이엔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은 빙글빙글 돌고 나는 어지러웠습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세상의 현기증에 나는 이미 모든 기운을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릅니다. 어느 사이엔가 내 곁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
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신경질적으로 길을 물었습니다.
“도대체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거야”
길을 가던 그들은 나를 싸늘하게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한마디를 내뱉으면서 길을 떠났습니다.
“그 누구도 모르오. 아마도 자기의 마음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나는 그들의 말에 더욱 어지러워졌습니다. 내 마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데, 다시 어둠이 내리는 지금 또 지나가던 사람들이 없어졌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두들 허상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뿐입니다.
이 거대한 삶의 감옥에서 우리는 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광화문에서 나는 오늘도 길을 잃고 갈 곳을 몰라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