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유랑자 뤄잉―자발적 실향의 트라우마
시란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오랜 세월을 거쳐 삶의 경험을 통해 시인의 온몸에 응축된 모든 심미적 반응기제가 일시에 폭발하듯 반응한 결과물에 가깝다. 그래서 시인과 그 시인의 시는 문학적으로 분리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번에 『작은 토끼』로 국내에 첫 소개되는 중국 시인 뤄잉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성공한 기업인이자 문단에서 인정받는 중견 시인으로서 그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문학적 사유와 생활의 결과로서 시 쓰기를 실천한다. 때문에 그의 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시적 세계와는 또 다른, 화려한 수사 없이 군더더기가 깔끔하게 배제된 채 거칠지만 강렬하고 진솔하게 토로되는 내면의 시적 항변이다.
뤄잉의 시는 한 마디로 ‘도시문학’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뤄잉은 자신을 중국의 개혁개방에 따른 도시화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을 ‘도시의 기아(棄兒)’로 규정한다. 때문에 도시에서의 그의 삶은 본질적으로 유랑일 수밖에 없다. 도시에서의 유랑에서 느끼는 내면의 갈등과 고통, 곤혹감 등이 뤄잉 시의 가장 두드러진 주제이다.
중국 경제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도시화와 이로 인한 사회의 변화 역시 중국 사회의 중심은 ‘확대되는 향촌’에서 ‘확대되는 도시’로 전환된 지 오래다. 도시의 고도 발전에 따라 민중의 생활 모습도 확연하게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도시 또는 도시화는 중국인의 삶에서 하나의 대척점이 되지는 않는다. 오늘날의 중국인들은 대부분 이런 도시화의 수혜자인 셈이다. 뤄잉 본인도 이러한 도시 개발과 건설의 참여자였고, 심지어 강력한 지지자였다. 이 부분에서 그는 막대한 자산을 투자했고 자신의 인생을 다 내걸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뤄잉은 도시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시각을 견지한다. 시인 뤄잉은 도시의 건설자가 아니라 도시의 모든 죄악상을 파헤치고 폭로하는 비판자이다. 도시의 주인공이어야 마땅한 그가 스스로 도시의 유랑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대(當代)시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수용이 여전히 베이따오(北島)나 수팅(舒?), 린망(林莽) 같은 80년대 몽롱시(朦朧詩) 시인들의 작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뤄잉의 시는 도시문학이라는 특수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베이징 대학교 중문과 교수이자 저명한 문학평론가인 셰미엔(謝冕)은 뤄잉의 시를 ‘21세기 중국 사회의 축영’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처럼 특이한 자기 정체성에 기초하여 그는 중국 도시 문화에 내제되어 있는 첨예한 갈등과 정제되지 못한 도시 생활의 온갖 문제들을 충분한 서정을 통해 우리에게 하나의 풍경으로 제시하고 있다”라고 평가한다.
21세기 현대 중국의 거의 모든 시인들이 제각각 고향의 상실과 그 대가로 얻은 현재의 풍요한 삶에 대한 ‘자발적 실향’의 트라우마를 시 쓰기에서 표출하고 있다. 개혁 개방으로 인한 초고속 경제성장에 따라 중국 사회가 정치 지상주의에서 금전 지상주의로, 배급제의 빈곤에서 과도한 사치와 낭비로, 자연을 중심에 둔 농업사회에서 인공과 도시의 고층 빌딩 숲을 배경으로 하는 산업사회로 너무나 빠른 전환을 이룬 반향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반성적 사유를 제시한 중국 시인 중에서도 20대에 이미 시인으로 등단한 후 개혁 개방을 타고 일약 성공한 기업인으로 변신한 뤄잉의 시는 자발적 실향의 트라우마를 풍경으로 형상화해낸 손꼽을 만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