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있어 정당한 평가란 과연 무엇인가.
이순신은 영웅이다. 이는 역사에 문외한인 사람조차 당연한 사실로 알고 있다. 그에 반해 원균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원균에 대한 현재의 일반적인 평가가 사실과 어긋나지 않는다면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알려진 사실과 달리 원균은 417년 동안 명예가 실추된 채로 기억되어 왔다. 사소한 오해조차도 개인의 삶을 뒤흔들어 놓는 경우가 많은데 원균은 전 국민에게 알려진 장군으로서 억울한 오명을 쓴 채 오랜 세월 잠들어 있어야만 했다. 원균 그리고 이순신은 나라를 지킨 명장이기에 앞서, 영웅이기에 앞서 인간이었다. 자신의 명예를 높이고 공적을 취하고자 사실과 다른 거짓 장계를 조정에 보고함으로써 왜곡된 역사의 발단을 제공한 이순신의 행동은 부끄러운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혼돈스러운 전쟁터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일지 모른다. 『선조실록』을 보면 이순신이 거짓으로 몇 차례 장계를 올린 사실과 결국 그것이 거짓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순신과 같은 문중이었던 이식이 임진왜란 종전 45년 후인 1643년 『선조실록』 수정에 착수하여 같은 혈족인 이순신을 성웅으로 만들며 원균을 모함하는 기록을 남겼고 그 기록은 현재까지 대중들의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이순신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이식 또한 대제학의 자리에까지 오르고 당대의 내로라하는 학자이자 문장가였음에도 이와 같은 모순된 행동을 보인 사실을 볼 때, 인간이 자신의 인성을 다스리는 일은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크기에 비례하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원균 그리고 이순신』은 사실을 사실로서 밝히기 위해 세상에 나온 책이다. 원균이든 이순신이든 그들이 한 나라의 장군으로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치른 공적은 사라지지 않을 사실이다. 그처럼 이순신이 남긴 장군으로서의 업적을 넘어서, 성인으로서 기록되는 것 또한 사실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그 왜곡이 한 사람의 진실 된 삶을 치욕스럽게 변질시켜 놓은 것이라면 더더욱 발생해서는 안 될 일임에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하여 사실이 사실로서 밝혀지고 원균의 행적이 사실 그대로 인정받기를 기대해 본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이란 보는 시각에 따라 또는 세상을 보는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아니면 하나의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곡해함으로써 전혀 다른 두 개의 진실이 존재하게 되는 것인가. 역사는 기록으로 남고 후대는 그 역사의 기록을 읽고 사실을 판단하며 진실이 무엇이었는지 알고자 한다. 세상에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면 그 해석이란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옳은 일이다.
『원균 그리고 이순신』은 원균을 위하여 또 다른 인물이 희생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먼저 원균과 이순신이 뛰어난 장군이기 이전에 인간이었음을 알고 이순신이 혼돈스러운 전쟁터에서 거짓 보고를 하면서까지 공을 만들어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하려는 어린 모습, 그 거짓 장계의 전말을 알게 된 원균이 느꼈던 배신감과 서운함, 그리고 그 이후 계속된 둘의 갈등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 분야의 뛰어난 인물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다스리는 일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이 책을 통해 비난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속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고 이를 바탕삼아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더 큰 사람이 되길 바라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본다. 다만 원균이 앞장서 나라를 지키려 했다는 사실, 해상의 전투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제1의 장수였다는 사실, 권율의 감정적 판단과 좁은 소견으로 목숨을 잃을 줄 알면서도 칠천량 해전에 참전하여 자신의 예견대로 전사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인정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