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에서 순조까지 10대 230년간의 정쟁의 역사
‘당쟁’을 뛰어넘어
소통의 정치 ‘정쟁’을 이룬 사람들,
그들이 꿈꾼 조선 탕평 정치의 이야기
“나는 명예를 버릴 테니
당신은 목숨을 내주시오.”
병자호란이 목전에 다가오자 화친론자 최명길은 척화파의 화신 김상헌을 만난다. 그리고 김상헌에게 목숨을 달라고 말한다. 절체절명의 때, 국운을 가르는 한마디였다.
전란을 앞둔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은 후대에 남겨질 오욕을 감수하고 또 한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 나라를 구하자는 맹약을 맺는다. 붕당의 색을 떠나 하나 되는 모습, 여기서 우리는 진정한 정쟁의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조선의 정쟁은 당쟁을 뛰어넘는 숭고한 것이다.
극작가 신봉승이 펼쳐내는 《조선 정치의 꽃 정쟁》을 읽으며 지금 대한민국에 바로 이러한 소통과 상생의 정쟁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낀다. 진정한 정쟁이라면 본인의 당색을 떠나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조선의 위정자와 같은 모습이여야 하지 않을까.
왜 정쟁을 당쟁이라 폄하하는가!!
선조에서 순조에 이르기까지 장장 10대, 230년 동안 조선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사화와 환국의 소용돌이가 이어진다. 군강신약을 노렸던 왕들, 그에 맞서 의리와 명분, 이념에 목숨을 걸었던 신하들. 왕과 신하들, 붕당 간에 오고 간 설전들을 왜 당쟁으로 폄하하는가? 230년 동안 조선의 정치인들이 이룩한 것은 논리 정연한 이론과 지식이 뒷받침된 수준 높은 토론이었다. 그것은 ‘당쟁黨爭’이 아니라 ‘정쟁政爭’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뛰어난 정책 결정의 과정이었던 정쟁! 시대를 거슬러 정쟁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 토론의 역사를 함께 한다. 그리고 역사를 만든 파란만장한 그들의 이야기를 만난다.
조선의 왕과 신하, 탕탕평평의 정치를 꿈꾸다!
“군자君子는 군자와 더불어 도道를 함께하고 붕朋을 이루며, 소인小人은 소인끼리 이利를 같이하여 붕朋을 이루니, 군주가 소인의 위붕僞朋을 물리치고 군자의 진붕眞朋을 쓴다면 천하가 잘 다스려질 것이다.”
구양수, 〈붕당론朋黨論〉
조선은 왕에 의해 다스려지는 나라였다. 그러나 왕과 신하들의 권력관계에 따라 때로는 군강신약으로 또는 군약신강의 정치로 권력의 축이 이동하며 조선 정치를 이끌었다.
선조 초 지방의 사림들이 대거 중앙으로 진출하여 정계를 이끌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사림 정치의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삼사의 인사권을 가진 이조전랑 임명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김효원과 심의겸의 다툼은 동인과 서인으로의 분열로 이어졌다. 이렇게 시작된 붕당 정치는 선조 조에서 순조 조 세도 정치에 이르기까지 10대 230년간 붕당의 공존과 연립, 사화와 환국으로 거듭되는 정쟁의 소용돌이를 거치게 된다.
《조선 정치의 꽃 정쟁》은 붕당 속에서 피어난 정쟁 그리고 정쟁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정쟁을 이끌기도 정쟁의 혼란에 빠지기도 했던 왕들의 모습과 명예와 의리, 명분을 위해 목숨을 내놓았던 위정자와 선비들의 모습을 만난다. 이들이 꿈꾼 것은 탕탕평평한 조선의 정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