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에게 지금 국가가 있습니까, 토지가 있습니까.
그리고 인민이 있습니까?
이제 국가도 없고 토지도 없고 인민도 없다면,
두려워할 것은 저항 없이 나라를 물려주는 치욕뿐입니다.”
치욕의 을사조약이 체결된 이후 면암 최익현은 울분을 토하는 상소를 대한제국의 힘없는 허수아비 황제인 고종에게 올린다. 나라의 주권을 내준 을사오적이라고 불리는 매국노가 있었던 한편, 사그라지는 국운을 불태우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그들 또한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참지식인이라고 부른다.
이들 조선의 지식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일제 식민지 지배를 벗어나와 국민이 주권을 가진 대한민국을 일궈낼 수 있었다. 구한말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광복, 그리고 동족상잔의 아픔을 딛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근대에서 현대로의 통한의 시기를 살펴보며 우리 대한민국 지식인이 나가야 할 길을 찾는다.
왜 조선의 리더십인가?
조선의 지식인들은 ‘공자 왈, 맹자 왈’만 주워 삼켰던 이들이 아니었다. 유교사상에 물들어 햇빛도 못 본 파리한 행색의 타협을 모르는 딸깍발이만도 아니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지식인들은 행동하는 이들이었다. 국운 앞에 자신의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이런 불의에 맞서는 시대의 큰 스승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선, 대한제국, 그리고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간 건 바로 자신보다 나라의 국운을 생각했던 지식인들이었다. 충언과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조광조와 조선의 자주 독립을 위해 계몽운동에 힘쓴 서재필, 주권을 잃은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최익현과 이름 없는 의병들, 그리고 광복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와 같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바로 역사를 만들고 시대를 이끈 행동하는 지식인들이었다.
비운의 세기를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꾼다!
조선, 대한제국으로 이어지는 20세기의 출발은 비참함의 시작이었다.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채 지내야 했던 일제강점기 35년간의 어두운 역사의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나라를 되찾은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냉전체제 속, 이념대립으로 나라가 두 동강나며 곧이어 씻지 못할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었다. 그 이후로도 통치자의 장기집권과 군부독재로 이어지는 혼돈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아직도 진화 중이며 또한 청산하지 못한 적폐로 인해 혼돈이 넘실된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기에 마땅히 해결했어야 하는 과제들을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민지 지배에서 배웠던 식민지 지배의 잔재들이 그랬고 갑작스럽게 국민에게 주어졌던 민주주의 권력을 놓치고 군부독재기간 동안 스며든 정경유착과 재벌이 그 산물이다.
이제는 구시대의 잔재를 해소하고 앞으로 나갈 때이다. 또한 지식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때이다. 역사 속 참지식인들을 거울삼아 우리의 역사인식과 정체성을 바로잡고 새로이 나아갈 바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