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모색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한국사회 오늘의 모습이다. 물론 이는 소유적 개인주의에 입각한 현대사회의 생존 논리이기도 하다. 개발독재의 통제 속에 압축된 고도성장을 해 온 대한민국은 그 결과로 이룬 경제적 번영과 풍요의 부차적 현상으로 상대적 격차를 얻었다. 이는 뿌리 깊은 서로간의 분열과 반목을 낳았고, 나눔의 캠페인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벗어난 지는 이미 오래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양극화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념적 잣대의 영역이 아닌 곳에도 여지없이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인식은 극을 달린다. 좌우의 구분은 상호보완과 수정이 전제될 때 의미가 있다. 이미 한국사회의 이념은 삶과 행복을 위한 정책을 조율하는 기능을 상실해버렸다.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보건, 예술, 환경, 안보 등 전방위에 걸친 생각의 차이는 시민들을 헛갈리게 한다. 계층의 차이는 지역적 차이도 결과했다. 이것이 현실 진단이다.
대한민국을 치료할 처방전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처방은 무엇인가? 경제적 부유의 뒤안길에 똬리를 틀고 있는 위선과 음험한 어두움을 거둬내야 한다. 사회 전체에 드리워져 있는 경쟁의 신화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근대화와 산업화의 숨 가쁜 여정 속에 집적해 노정되고 있는 모순들을 순화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보듬고 갈 이념적 촛불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조금 덜 가지더라도, 조금 사회적 지위가 낮더라도, 더 가진 자, 더 세속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자들에게 당당할 수 있고 떳떳할 수 있는 격조와 인품도 의식하면서 살자. 높은 자들과 많이 가진 자들은 그 가치가 자신들의 노력만으로 손에 넣은 전리품이라는 오만과 착각에서 벗어나 보자. 그것이 향유하고 있는 가치들에 부합하는 인품과 격조 아니겠는가. 어차피 모두가 산술적으로 평등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 속에서 못 가진 자들과 가진 자들의 나름의 격조가 작동하려면 역시 공정한 룰과 투명한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한 원인과 처방들에 대한 소회를 엮었다. 고매한 사회과학적 이론과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지도 않다. 그저 우리네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표현했을 뿐이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저자는 학생들과 공감하는 현안들에 대한 평범한 통찰 이상의 것도, 이하의 것도 아닌, 그때그때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공감되는 글도, 또 반감을 가질 만한 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 사회의 모습과 현상을 되돌아보는 인식을 다지는 조그만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