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세웠던 무수한 집들의 역사를 통해, 이 땅의 삶과 꿈을 읽다
건축의 역사에 대해 쓴 책은 많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대부분 건축기술의 발달과 미학적인 측면만을 다루고 있다. 『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담은 집』은 건축의 형태를 결정짓는 또 다른 중요한 원인, 즉 그 시대의 지배담론과 그것에 따르거나 혹은 반하는 인간 개인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문화에 따라 변화해온 집의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이를 통해서 집에서 마당과 마루가 사라지고, 한옥이 개량한옥으로 변화하며,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희망주택과 살 수밖에 없는 저렴주택이 지어지며, 대단지 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가 생기게 된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또한 이 책은 집이 곧 거주자와 동일시되는 한국 사회를 조망한다. 남존여비의 조선 후기 주거에 여성 전용 사랑채인 ‘안 사랑채’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저자는 이 안 사랑채는 여성의 역할과 신분이 상승되었다는 것을 뜻하며, 동시에 부농계층의 과시적 소비 형태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있는 신분상승 욕구를 자극하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저자는 남다른 해석을 들려준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거주는 곧 중산층 편입과 동일시되어 노동자계층의 불만을 잠재웠으며, 끊임없이 가족주의를 강조함으로써 노동자계층을 하나의 작은 단위 가족으로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지금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고급스런 아파트 광고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분양사무실로 끌어 모으고, 과거 가족의 다용도 공간이었던 안방은 이제 오로지 부부의 내밀한 공간인 침실로서만 기능한다. 집에는 새로운 방과 실들이 자꾸만 생겨나고, 사람들은 자꾸만 더 큰 집을 꿈꾼다. 꿈이 뭐냐고 물으면 내 집 마련을 우선순위로 꼽는 한국 사람들이지만, 정작 우리는 집이 가져다주는 안온함이나 의미를 만끽할 여유도 없다. 이 책은 새로운 사회문화적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집과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게 하며, 우리의 집이 품고 있는 욕망은 누구의 것인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