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적 공간의 본질은 무엇일까?
건축 관련 종사자나 건축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떠올림 직한 물음이다. 건축적 공간의 본질은 무엇일까? 볼륨이라는 공간감이 본질인 것일까, 아니면 그 공간을 전유하는 사람들이 본질을 결정하는 것일까? 이 책은 대상의 본질이라는 것의 내부, 그 내부의 내부를 파헤치고 싶었던 저자의 열망에서 집필되었다.
건축은 욕망한다, 건축은 환상이다, 그리고 건축은 징후다
일반적으로 건축이나 실내건축은 외적이고 물질적인 공간으로 분류되어 왔다. 그러나 건축은 주체의 정신과 심리의 내적 작용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건축이나 실내건축이 분명한 물질적 실체를 가짐으로써 외적 공간으로 지각됨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내적 공간으로 볼 수 있는 까닭은 인간의 정신과 심리의 내적 작용 중에서도 특히 ‘욕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축은 인간의 구축 욕망이 집약되고 구현되는 대상이다. 건축은 건축 외부에 있는 리얼리티들을 담으려는 주체의 욕망에 의거해서 구축된다. 결국 건축이나 실내건축에서 욕망의 문제는 건축을 더 이상 외적 공간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건축의 내적 작용 방식
건축적 관점에서 볼 때 욕망과 환상은 그동안 간과되었던 건축의 내적 작용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단서를 제공하는 주요한 개념들이다. 건축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각되는 형태와 그 형태의 조직화에 연루되어 있고, 이는 의식과 무의식의 작용으로 생성되는 이미지의 구축으로 볼 수 있다. 의식적?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건축 이미지에 대한 언어적 접근의 가능성은 건축과 정신분석의 매개적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한 까닭에 이 책은 라캉의 욕망이론, 즉 정신분석학에 기대어 현대 건축과 실내건축에서 나타나고 있는 욕망-환상-징후의 메커니즘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자 하는 건축적 무의식의 메커니즘은 욕망-환상-징후의 개념적 카테고리를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또한 욕망-환상-징후의 메커니즘은 건축이나 실내건축의 주요한 주제인 주체?의미생성?구축논리에 대한 내재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보일 것이다. 라캉의 욕망이론을 통해 건축이나 실내건축에서 그동안 쉽게 간과해 버렸던 지점들, 즉 구축이라는 메커니즘 내에서 억압되고 부인되고 배제되었던 무의식의 지점을 환기시키는 것, 그리고 그 역설적 관계들에 대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을 통해 탐색해 보고자 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