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육체와 근대성, 그리고 소설을 주제로 한다. 다시 말해 한국 근대 소설에서 육체가 재현되는 유형과 양상을 바탕으로, 근대 사회의 여러 가지 제도와 기구의 체험이 어떻게 새로운 주체를 만들어 내는가를 밝혀 보려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 몸은 무엇보다 세계를 인식하는 수단으로서의 감각이며,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자아를 표출하는 행위이고 타인의 시선 앞에서 자신을 증명하는 얼굴이기도 하다. 즉 육체는 감각, 감정, 행동, 정체성, 자아인식과 표현, 세계와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주요한 주제이며 소설에서는 서사가 작동하는 거점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문제 삼는 것은 근대인의 몸이며 그 몸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들이 어떻게 서사물의 형태로 재편되고 있는가이다. 근대 문명의 발달은 본능의 포기, 육체에 대한 특정한 훈련과정을 동반한다. 이를 근대성이 몸에 새겨지는 자국, 생산과 소비를 둘러싼 여러 가지 습속의 내면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수, 염상섭, 이효석, 김유정, 이상, 이들 이들 다섯 작가를 꼭짓점으로 해서 근대적 육체 담론의 세부적인 면모를 확인해 나간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육체에 대한 다양한 관점, 통제와 유희, 억압과 자유, 욕망과 절제, 교환과 사기, 유혹과 고통의 메커니즘이 서사화되는 풍경들을 보다 정밀하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 근대 소설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