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사랑을 읽고 사랑으로 소설을 읽다
‘프레시안’ 인기 연재 에세이 《박수현의 연애 상담소》 출간!
사랑에 빠진 당신에게 묻는다, 행복하세요?
이른바 명작소설, 특히 고전은 깊은 마음에 대한 풍요로운 지식을 담고 있다. 명작소설은 (아픈) 마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담은 ‘마음의 백과사전’이다. 유능한 소설가일수록 심리학적 지식을 풍부하게 가진다. 소설가는 인간 감수성의 어두운 대륙을 탐사하는 탐험가다. 그가 좀더 은밀한 오지(奧地)의 정서를 발견할수록, 또 그에 대한 정보를 섬세하고 예리하게 세목화할수록 탁월해진다. 깊은 마음이 묘파된 소설을 읽은 독자는 때로 무릎을 치면서 외친다. “이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복잡한 그 마음이 바로 이거였구나. ―‘에필로그’에서
그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가? 이래도 사랑일까?
사랑의 혼란, 사랑의 시련을 거쳐 사랑의 기적으로 나아가는 연인들
명작소설에 나타난 기묘한 연애심리를 통해 내 아픈 사랑을 치유하다
“나는 사랑의 함정에 빠진 이들의 소상한 사연을 듣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울고 싶었다. 사랑의 엄살꾼들, 사랑의 수난자들, 사랑의 고행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ㅡ‘프롤로그’에서
『서가의 연인들』은 2012년 5월부터 12월까지 ‘프레시안’에 《박수현의 연애상담소》라는 제목으로 인기리에 연재된 글에 더 다양한 내용을 추가하고 다듬어 펴낸 책이다. 문학평론가이자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저자 박수현은 명작소설이 지닌 치유의 힘을 믿으며 ‘소설 읽어주는 여자’를 자처한다.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아픈 마음, 기묘한 연애심리다.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사랑을 소재로 한 열두 편의 명작소설을 통해 사랑의 달콤함 뒤에 숨겨진 고독, 질투, 불안, 의심, 결핍 등 다소 병리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마음의 문제들을 속속들이 끄집어낸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고통스럽게 질문한다. 그(녀)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가? 이런 내 행동과 마음은 진짜 사랑일까? 이 피곤한 사랑을 도대체 왜 할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신경증이나 광기에 가까운 기이한 연인의 심리’, ‘판타지를 벗긴 사랑의 누추한 면모’, ‘사랑의 기적 또는 기적을 행하는 방법’을 문학적이면서도 심리학적으로 탐사한다. 그리하여 소설 속 인물들 또한 연애를 시작하면 누구나 겪게 되는 갈등과 고민 들을 한 번씩 거쳐 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마침내는 사랑이 가진 구원의 힘을 확인시켜준다. 이 책이 텍스트로 삼은 소설로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사랑과 다른 악마들』, 밀란 쿤데라의 「히치하이킹 놀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미겔 데 우나무노의 「더도 덜도 아닌 딱 완전한 남자」,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미겔 데 세르반떼스의 『돈 끼호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 등 손에 꼽을 만한 세계문학의 명작뿐만 아니라 윤대녕의 「달에서 나눈 얘기」, 한강의 『채식주의자』, 정미경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 윤영수의 「귀가도 3-아직은 밤」 등 한국 소설도 포함하고 있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애물단지 사랑, 그리고 소설
좋은 소설은 마음의 백과사전, “이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이 책이 사랑의 비극적 양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보다 잘 사랑하기 위해서다. 사랑의 부정적 면모를 두루 알아야 위로받고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 ㅡ‘프롤로그’ 중에서
사랑의 마음은 미로와도 같다. 사랑의 환희라는 빛 이면에는 질투, 소유욕, 파괴욕, 의심, 치사함, 이기심 등 다종다양한 그림자가 존재한다. 저자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다층적인 심리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각 이야기의 도입부에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 가상의 인물들의 실제 연애담을 등장시킨다. 이들은 명작소설에서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발견하고 공감하거나 위로받거나 깨달음을 얻는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소설 속 사랑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는다. 또한 그 속에 라캉, 바디우, 지라르, 바르트, 지젝, 보드리야르 등 유수한 인문학자들의 주옥같은 사유를 겹쳐놓아 사랑을 매개로 사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하였다.
가장 먼저 읽은 소설,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는 두려움 때문에 사랑을 포기한 연약한 영혼, 사랑에 빠진 자의 허기, 인생을 탕진하고 나서야 천국을 맞이한 커플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인간만사 겹겹이 스민 형형색색의 고독’을 처연하게 보여준다. 마르케스의 또 다른 작품 『사랑과 다른 악마들』에서는 사랑이 두려워 상대를 시험하고, 상대를 악마로 몰아가는 마음을 포착한다. 쿤데라의 「히치하이킹 놀이」에서는 연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옛 애인을 모방하려는 마음이 불러온 점입가경의 파국을 통해 연인들의 동상이몽을 엿볼 수 있고, 『참을 수 없는 연애의 가벼움』에서는 남녀 간의 기묘하게 엇갈리는 균열 지점과 서로 다른 마음의 심연과도 같은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마주하게 된다. 우나무노의 「더도 덜도 아닌 딱 완전한 남자」에서는 사랑은 이래야 한다, 남자란 이래야 한다는 준칙을 고집하며 자신만의 감옥에 갇힌 주인공들을,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에서는 사도마조히즘과 병적인 지배욕으로 분출되는 기이한 사랑의 심리를, 세르반떼스의 『돈 끼호떼』에서는 사랑에 빠진 자의 나르시시즘과 인정 욕망,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사랑의 판타지를 이야기한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는 근원적인 욕망에 투신한 사람들의 치명적인 비극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광적이면서도 불안정한 사랑의 심리 한편으로는 사랑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주인공들도 있다. 윤대녕의 「달에서 나눈 얘기」는 완전한 사랑이라는 허구가 아니라 결핍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결핍과 결핍 사이를 걸어가는 것을 풍요로운 사랑이라 본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에서는 에로스적 정열이 고통스러울지라도 그것이야말로 생의 환희이자 축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정미경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과 윤영수의 「귀가도 3-아직은 밤」은 상처와 환멸까지 아우르는 피투성이 자체가 사랑임을, 거기에서 바로 사랑의 기적이 싹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명작소설은 (아픈) 마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담은 ‘마음의 백과사전’이다. 깊은 마음이 묘파된 소설을 읽은 독자는 무릎을 치면서 외친다. “이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복잡한 그 마음이 바로 이거였구나.” 그리하여 자신이 겪고 있는 혼란과 시련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게 되고 그것이 자신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위로받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저자가 이토록 ‘아픈 마음의 대륙’을 넓고 깊게 탐사한 것은 결국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