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대선 댓글 공작과 NLL 작전
그 배후에 숨어 있는 국정원의 민낯을 보여준다
군사정권의 출범과 함께 신설된 국가정보원. 특히 지난 대선부터 현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의 국정원은 한 국가의 정보수집기관(國情院)이 아닌 무소불위로 국가 정치를 주도하는 국정원(國政院)으로 변질되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야당의 초선 국회의원인 신경민이 국정원의 정치 횡행에 맞서 당의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으로서 겪은 270일간의 ‘항쟁’ 기록이다.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역삼동 오피스텔 댓글녀 사건, 제2부는 권은희 과장의 양심발언과 이후 국정조사 합의까지의 숨 가쁜 정국 상황, 제3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발언을 공개하고 나선 국정원의 역습, 제4부는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49일간의 국정조사와 그 비화, 제5부는 국정원을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돌리기 위한 개혁방안이다.
관련자 녹취 기록, 공개?비공개 문서, 인터뷰 등 현장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시청광장 앞 촛불행사까지 현 정부 1년 동안 국정원의 흑역사(黑歷史)를 망라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국정원의 실체에 접근하려 노력한 49일간의 국정조사 기록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기간에 국정원 오피스텔 댓글 공작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수뇌부가 나서서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오피스텔 사건과 별개인 것처럼 보이는 NLL 문건이 대선 기간 새누리당의 부산 유세에서 일부 공개되었다. 4월 검찰 수사가 시작돼 진실의 근처로 다가서자 정부수립 후 처음으로 법무부장관과 사정수석이 수사의 물길을 돌리기 위해 나섰다. 공소장에 진실의 조각만이 겨우 드러났는데도 시민들의 촛불이 타오르고 시국선언이 잇따르자 국가의 체면과 외교-안보 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국정원은 사상 초유로 NLL 문건 전문공개라는 비상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국정조사를 받아들인 여권은 ‘물 타기’에 앞장섰다. 그러나 국정원의 민낯은 가림막으로 가려도 감출 수 없었다. 진실의 일단과 집권세력의 오만함이 국민의 눈에 보였고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요구와 민주당의 장내외 투쟁 등이 이어졌다.
그동안 증언과 보도에 머물던 일부 사안이 수사에서, 국정조사에서, 재판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아직도 경찰과 검찰, 국정원, 대선 캠프 등 깊숙한 곳에서 일어난 일은 모습을 꽁꽁 감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집권층과 고위층은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역사의식과 최소한의 의무는 찾을 수 없었다.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 역시 보이지 않았다. 오직 출세와 영달만이 관심사인 듯 처신했다. 정부와 정권에 비판적인 생각은 종북론으로 빨갛게 덧칠되었다. 여기에 지역주의와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불합리성이 결합해 판을 주도했다. 언론은 이런 장벽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기는커녕 이를 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실은 감추면 감출수록 더욱 흔적을 드러낸다
이 책에는 이런 일련의 흐름을 국정조사 특위에서 위원으로 참여하고 원세훈·김용판 재판을 모니터한 저자의 생생한 중계로 담았다. 그동안 국정원과 경찰청, 새누리당이 역사적 사건의 골목골목에서 어떤 공작을 어떻게 펴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왔는지 이 책에서 진실의 한 조각과 만날 수 있다. 하나의 공작이 들통 나면 다른 공작으로 덮고, 꼼수를 다른 꼼수로, 억지를 다른 억지로, 불법을 다른 불법으로 대응하면서 국기문란을 시리즈로 자행해온 국정원과 경찰의 실체가 중계방송처럼 펼쳐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부조리와 부정의에 때론 분노하고 때론 흥분할 것이다. 온갖 협박과 으름장에도 꿋꿋이 소신을 지킨 한 경찰에게는 뜨거운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감추면 감출수록 진실은 더욱 흔적을 드러낼 것임일 믿게 될 것이다.
민주는 끊임없이 주목하고 돌봐야 한다
역삼동 오피스텔 사건의 결말은 아직 알 수 없다. 이 일을 애초에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쓴 사람들도 시나리오의 끝을 모르는 상태에서 집필을 시작했고 어떤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놀랐을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흐지부지 끝날 수도 있고 의외의 결말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한 가지는 있다. 이 사건은 한국 현대 역사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고 건너뛸 수 없을 것이다. 이를 거론하지 않은 채 한국 정치를 논할 수 없다. 이 사건을 빼놓고 한국을 논한다면 분명히 본질을 놓치는 게 될 것이다. 민주는 추상적이긴 하지만 반드시 우리 곁에 건강하게 존재해야 하는 실체다. 민주는 끊임없이 주목하고 돌봐야 한다. 지금 이 민주가 중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역사와 사회에 관심을 두고 있는 모든 이에게 보고해야만 한다.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민주의 중병 상태는 평범한 우리의 내일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진실과 진상의 전체는 세월이 흘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알고 있는 역삼동 오피스텔 사건과 연이은 사건의 사실을 제한적이더라도 흩어지기 전에 기록하고 묶어두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더 나은 기록과 해석은 뒤에 올 누군가에게 미룰 수밖에 없다.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