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지강
2015. 대한민국. 겨울.
오늘도 면접관들이 물었다. 이 년 동안이나 휴학을 하면서 무엇을 했냐고.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똑같이 대답했다. 있는 그대로. 소설을 썼다고. 면접관들은 웃었다. 공학 전공하시지 않았나요? 그런데 소설을 쓰셨다고요?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웃을 만 하다. 남들이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학교를 이 년씩이나 쉬면서, 그것도 공대생이, 소설을 썼다. 그렇다고 작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면접관들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실은 나도 이해가 안 된다. 그 때 내가 왜 그랬을까? 그 때는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랬다. 쓰고 싶어서 썼다. 조금 성의가 없는 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그게 사실이니까.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잖아.
스물아홉. 내년이면 서른이다. 이제 한 달 반 정도 남았네. 이것도 떨어지면 올해는 끝이다. 내년에도 이걸 계속 해야 되는 건가. 정말 싫은데. 아니, 싫은 게 문제가 아니라. 안 될 거 같은데. 지금도 면접에 가면 나이 많다는 소리를 듣잖아. 서른이면 힘들지 않을까. 오늘 가서 보니까 대부분 스물다섯, 스물여섯이던데. 그렇다고 취직을 안 할 수도 없고. 고민 되네.
대학원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공부를 더 하면 다른 가능성이 생길 거다. 석사는 여기서 하고, 박사는 미국에서 하는 거지. 운 좋으면 거기서 자리를 잡을 수도 있고. 다시 여기로 돌아오게 되어도 연구소 같은 데로 들어가면 되니까. 그러다가 나중에 학교로 갈 수도 있고. 교수. 교수 괜찮네. 그런데 유학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돈도 많이 들고. 지원을 못 받으면 힘들겠지. 또 연구라는 게 내가 생각하는 거랑 다를 수도 있고. 석사가 이 년이지. 서른, 서른하나, 서른둘. 서른둘에 취업을 하는 건 정말 어렵다. 석사학위는 별로 도움 안 될 거다. 오히려 학위를 숨기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아니면 여기서 박사를 하는 건 어때? 여기서. 아니다. 그건 아닌 거 같다. 대학원으로 가는 건 조금 위험하네.
사실 큰 차이는 없을지도 모른다.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소에 들어간다고 해도, 결국은 회사원 되는 거니까. 돈이야 조금 더 받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공부하는 동안에는 돈 못 벌잖아. 그 동안 회사 다니면서 벌 수 있는 돈을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는 큰 차이 없을 거다. 물론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게 안 될까 봐 걱정인 거잖아, 지금. 서른 살까지는 괜찮으려나. 조금 더 해볼까. 아니면 더 늦기 전에 다른 길을 찾는 게 맞나?
일단 양쪽 다 해보자. 그리고 붙는 쪽으로 가는 거다. 회사 붙으면 회사로 가고, 대학원 붙으면 대학원으로 가고. 만약에 둘 다 붙으면? 그랬으면 정말 좋겠는데. 회사로 간다. 그래, 빨리 독립해야지. 언제까지 부모님한테 신세 질 수는 없잖아. 곧 아버지도 퇴직하실 거고. 돈 벌어야지. 근데 회사를 얼마나 다닐 수 있을까? 마흔다섯? 길면 오십이겠지. 그 다음에는 뭐 하지? 그걸 생각하면 역시 공부를 계속하는 게 더 나으려나. 근데 그쪽 길도 교수가 못 되면 캄캄하기는 마찬가지잖아. 어쩌지.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좋을 텐데. 한 두 살만 더 어렸어도. 갔다가 아니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데. 이 년. 그 때 휴학을 안 했더라면. 소설을 안 썼더라면. 야, 이제 와서 그런 생각하면 뭐하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대학원 면접 보려면 학부 때 배운 거 다시 한번 복습해야지. 회사 면접은 특별히 더 준비할 건 없는 거 같고. 학원 일 하면서. 일단 그렇게 해보자. 양쪽 다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붙는 쪽으로 가는 걸로. 만약에 둘 다 붙으면? 그건 조금 더 생각해 봐야지. 한 달 정도 시간 있으니까. 너무 나중 일까지 걱정하지 말고. 무슨 방법이 있겠지. 찾을 수 있을 거다.
자. 오늘 할 일. 가서 점심 먹고. 공부 좀 하다가. 네 시부터 여섯 시까지 경록이 수업. 아, 시험지. 사무실 들렸다가 가야지. 사무실 들렸다가, 경록이한테 갔다가, 이슬이, 승진이. 집에 들어가면 열한 시. 오늘은 일찍 자자. 피곤하다. 내일이 목요일. 그 다음이 금요일. 그러면 또 주말이네. 시간 빨리 간다.
토요일에는 준영이 보충수업을 해야 한다. 근데 진짜 웃기네.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정말 내가 그런 말을 해서 그런 건가. 설마 아니겠지. 아직 고등학교 올라가려면 일 년 남았는데. 일 년만 시켜보면 안 되나. 정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하긴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겠지. 애가 공부도 잘하니까. 모르겠다. 어렵다, 어려워. 하여튼 이제부터는 진짜 말조심해야지.
그리고 일요일. 해원씨. 일요일은 해원씨를 만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