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세 번째 시집인 『얼룩은 읽히지 않는다』를 통해 숨길 수 없이 드러나는 삶의 비극적 얼룩과 함께 그것을 충분히 닦아낼 수 있는 따스한 희망을 드러내 보인다. 두 번째 시집 이후 6년의 시간이 흐르며 사회의 여러 어지러운 사건들이 그녀의 마음을 관통하면서 세 번째 시집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삶의 다양한 문양들을 폭넓게 새겨내게 되었다.
정순옥 시인에게 삶의 현실과 이상, 그 두 세계는 따로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함께 구축되어 있다. 그녀는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수십 년 간 해오면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집을 지상에 굳건히 세우고 싶었지만, 세상과 그녀 사이를 잇는 끈은 너무도 쉽게 풀어지거나 끊어져버린 듯하였다. 현실은 마치 거대한 정신병원인 듯 앓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누구도 직시하지 않는다. 시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에서 괴리된 이런 세상을 시인은 몸통은 없고 꼬리들이 어지럽게 춤추는 세상이라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