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효 시인이 직접 뽑은 한국의 아름다운 시들을 만난다
한국 시단의 젠틀맨, 유자효가 고른 추천시 88편
시로 보는 세계가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워진다
유자효 시인이 만난 88명 시인들의 시 이야기
이 책은 유자효 시인이 9개월 동안 읽은 시집에서 그의 마음을 울린 시들을 엄선했다.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을 보내며 아름다운 시에 빠져 있는 동안 시인은 때로는 아파하고 때로는 즐거워했다. 잘 알려진 김광규, 강은교, 함명춘 시인의 시부터 비교적 낯선 시조들까지, 아름다운 언어와 사유를 발굴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드러나 있다. 독자들이 시 읽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도록 친근하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시를 말한다.
시는 함축적인 언어로 인생과 세계의 진리를 보여 주려고 하며 여백의 미가 살아 있는 문학이다. 응축된 아름다움 덕에 다른 문학에 비해 가까이 다가가기 쉽지만 그만큼 난해함과 막연함을 주기도 한다. 또 시라는 문학은 부(富)와 거리가 멀다. 손익 계산과 무관하게 삶의 고뇌와 의지를 담고자 한다. 인간 고유의 감성과 예술성을 확연히 볼 수 있는 것이 시이다. 저자는 “가장 귀한 것은 돈으로 셈할 수 없습니다. 시는 돈으로 셈할 수 없는 곳에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말한다. 경제성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는 시대에 삶과 정신의 풍요로움을 전해 줄 시 세계에 대한 강한 믿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절망하고 지친 이들에게 그가 보는 시 세계는 따뜻한 위안이 되어 줄 것이다. 그 밖에 아름다운 시를 남긴 시인들과의 인연, 방송 기자 생활 당시의 경험, 시인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연서 등 여러 가지 내용이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새로운 시 읽기로 보는 풍성한 시 세계
유자효 시인은 현대의 참혹함을 다룬 시를 보면서 이 사회에 만연한 마음의 질병에 아파한다. 그러나 시인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부디 평화롭기를, 사랑으로 충만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하며 따뜻한 세계를 염원한다. 고희의 나이를 넘은 그의 시 읽기에는 죽음과 삶에 대한 깊은 지혜도 있다. 시인들의 죽음, 혹은 병으로 편찮은 시인들을 보는 그의 안타까움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읽을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찾는 이의 발걸음이 뜸해졌지만 여전히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찾는 시조에 대한 식견도 눈에 띈다. 시조라는 장르의 필요성을 보여 주며 다양한 시조를 소개한다.
많은 시인이 시에서 저마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르지만 시의 언어를 보여 주고자 노력했다는 점은 같다. 유자효 시인은 그들의 노력이 독자에게 미칠 수 있도록 하고 시인으로서 시와 시 읽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시선이 들어가지 않도록 다른 동료 시인의 말, 평론가의 말을 모아 시를 보는 다양한 시선을 제공함으로써 독자 또한 자신만의 시 세계를 갖도록 한다. 오래전 교과서식 시 읽기, 단순한 주제 찾기에만 익숙해져 있다면 새로운 시 읽기를 해 보자. 더욱 시 세계를 다양하고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시 읽기에 위로받는다
괴롭고 절망스러울 때, 혹은 무기력하고 지칠 때 화려한 수식의 긴말들보다 짧고 단순한 말 몇 마디에 위로받는다. 유자효 시인이 읽은 시 「나뭇잎 하나 우주를 덮어」라는 시에는 ‘작은 나뭇잎 하나가 우주를 덮었다’는 구절이 있다.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 많은 위안을 얻을 때 우주처럼 드넓고 놀라운 발견을 한다. 위안을 얻는 데 가장 중요한 감정은 공감이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포착하는 시에서 우리는 공감하고 위안을 받는다. 그리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혹은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이 시 언어로 나타났을 때 우리는 다시금 생각한다. 잊힌 것들과 지나친 것들에 대해. 가령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온 외국인들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혼수」가 그렇다. 우리는 다른 세계 사람이라 생각한 이들의 삶을 연민하고 이해하게 된다. 저자의 독해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할아버지로서 손자를 아끼는 마음이 묻어나는 「바보가 되고 싶다」에는 ‘손주 오는 날/할배는 바보가 된다’ 라는 구절이 있다. 시의 화자는 물론 이 시를 고른 저자에게서도 손주를 아끼는 할배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 우리는 작가의 세계관을 보는 동시에 독해하는 저자의 세계관도 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