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늘 내 발길 가는대로 머무르지 않았다 그것은 바람처럼 흘러가거나, 눈처럼 쌓이는 그리움 같은 것이었다.
나는 바람의 정체도 모른 채 바람을 따라 다녔고, 그 바람 속에서 쌓인 눈을 모아 눈사람을 만들며 세월(歲月)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다.
바람 속에는 세월의 강(江)을 넘어 내 유년시절의 연이 아직도 내 마음 속에서 날고 있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 내린 눈은 지우개처럼 지나간 시간(時間)을 모두 지워 버렸다. 내 유년 시절의 연은 눈 덮인 세상마저도 모두 지워버리고 하늘을 날고 있다. 하늘을 날고 있는 연은 눈사람처럼 바람을 견디어 내고 있다.
활처럼 휘어진 연줄이 바람을 견디듯, 나도 그렇게 세월을 견디며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닐까!
을미(乙未)년에 태어난 내가 다시 을미(乙未)년이 되는 해에, 나의 그리움들을 모아 노을빛에 비춰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