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학교를 넘어 공존의 학교로 가는 길!
우리는 정말 학교에서 행복하게 배우고 가르칠 수 없을까?
이 책은 저자가 20년 이상 학교에서 일하면서 마주친 수많은 벽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벽들은 대부분 어떤 거창한 이념이나 대단한 갈등에서 온 것이 아니라, 평범한 동료들의 한마디와 매일 마주치는 익숙한 일상 속에 있었다.
책 속에는 저자가 만났던 많은 선생님들, 학생들, 학부모들의 말이 꽤 많이 인용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저자의 입장에 공감하여 “어찌 사람들이 이럴 수 있지?”라고 답답해하거나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 역시 그저 ‘자신의 언어’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글 속에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벽처럼 그리고 있는 사람들은, 현실에선 지극히 평범하고 선량한 이웃일 뿐이며, 어쩌면 많은 순간에는 저자 자신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독자에게 당부한다. 이 책에서 제기하는 교육에 대한 고민과 비판을 개인들의 잘못으로 보지 않기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과,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깊숙이 내면화되어 있는지, 그것과 싸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얼마나 중요하고 꼭 필요한지를 고민해 달라고 한다.
책 속에는 저자가 근무했던 학교의 교내 백일장 최우수 작품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사장(死藏)’이란 학생의 시는 ‘세월호 침몰로 많은 학생들이 물속에 사장되었지만, 세월호 이전부터 자신들은 학생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학교라는 감옥에 사장되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본적인 욕구인 수면마저도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 현실은 진작부터 죽음이었다는 것이다. 산문부 수상작 역시 부모님의 사랑과 성적이 거래의 대상이 되어가는 현실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는 글이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쓴 학생들은 성적 상위권으로 명문대에 합격했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한국의 학교 이야기에 제목을 붙인다면, ‘일등도 불행한 교실’일 거라고.
그는 20여 년의 교직 생활 동안 묻고 또 물었다. “왜 우리가 행복하게 배우고 가르칠 수 없는가?”라고. 어떤 이는 그 이유가 신자유주의와 교단 상업화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이는 학교란 원래 자본가의 이익에 봉사하는 순종적인 노동자를 길러내는 기관이라서 기대할 것이 없다고 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자는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그 대답만큼 모든 것이 명쾌하다면 당장 학교를 없애자는 깃발을 들거나, 자본주의 타도를 외치는 것 외에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안에서의 모든 고민과 실천은, 오히려 변화를 더디게 하는 발목잡기에 불과하게 된다.
저자는 다시 묻는다.
‘정말 그뿐일까? 우리의 삶은 일상의 보드라운 살갗과 숨소리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의 고통은 너무나도 구체적인데, 그 고통의 원인이 그렇게 간단하기만 할까?’
그는 구체적 원인을 찾지 않고는 궁금증을 풀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책 속에는 그 물음에 대한 저자의 치열한 고민과 섬세한 대답들이 담겨 있다.
많은 이들이 학교와 공교육의 절망적 현실에 너무도 익숙해져서 냉소적 체념에 사로잡혀 있기에 학교에 대한 얘기는 식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은 오늘도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이 교문을 통과해 들어가는 곳, 싱싱한 젊음들이 상처받고 좌절하고 꿈꾸는 곳이기에 외면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믿음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통념이 공교육의 절망적 현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파헤친다. 어떤 체제든 문명이든 간에, 그 바탕에 있는 의미 체계, 즉 집단의 가치관이 강고하게 버티고 있다면 이런저런 변화의 노력들은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경쟁의 늪에서 학교를 인양하라》는 그 깊은 내면의 체계를 집요하게 건드려 주는 첫 교육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