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에서 떴다 서쪽으로 기우는 태양 아래
모두가 한 모양으로 왔다 사라지는 이 별에서의 새로움이란
각본도 없이 왔다 세상의 중심으로 살아가는 “나”의 존재일 듯
함에도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 동시대의 목격자라는 임무로 생을 치르는 것이 광활한 우주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표적 없는 반항기가 난무하던 어느 날
불쑥 내 삶에 끼어든 불청객이 있었다
생각도 없는 무방비 상태, 무료한 일상으로부터 나를 낚아채서
때때로 요동치는 변화무쌍한 생각을 안기며
뿜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천형을 온몸에 퍼트린 채
지독히도 앓게 한 열정이 그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으로 우주를 걷게 했고
까닭 없는 슬픔으로 잠이 들게 했다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과의 소통이 경이로운 나날들
관념을 내려놓고 바라본 무한 자유의 유유자적한 시간들
마음이 비추는 대로 수를 놓기엔 턱없이 부족한 언어영역임에도
열정과 함께할수록 커지는 고뇌는 차라리 기쁨이었고
무엇보다 달콤했다
그렇게 썼다, 마음이 영위하는 세상으로부터
아무런 계획도 없이 열정이 나에게 왔듯이
열정이 끄는 대로 나의 세포로 들어 와 내가 된 것들
빛과 형상과 선율과 속삭임이 내 안의 설렘을 호소하며
집요하고도 끈질기게 나의 한 부위가 된 생명체,
내 삶의 한 부분 일획으로 각인된 열정의 행적을
나는 다만, 엷게 기록했을 뿐이다
나를 깨우고 충전해 준 친구님들
감사하다는 말 겸허히 전한다
- 인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