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815 이후 70여 년!
분단과 혼돈의 현대사 속에 파묻혀 버린 한민족정통사의 맥락
8.15 이후 한국에서 쏟아져 나온 각종 한국 근현대 역사서들이 한우충동(汗牛充棟)할 정도에 이르건만, 민족정통성의 시각에서 집필된 것은 단 한 권도 없다는 사실은 이상한 일이다. 대부분의 근현대 관련 역사서는 물론이고, 논문들의 대부분도 정통성의 맥락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 일종의 ‘개화사관(開化史觀)’이라고 할 만한 관점에서 이루어져 왔다. 한 민족의 존립근거를 제시해 주는 역사적 정통성을 떠나서 그 민족의 역사적 흐름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없다고 할 때,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대단히 심각할 수도 있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즉, 정통성에 대한 민족구성원들 간의 의견차이나 충돌로 인하여 민족적 구심력이 깨지고, 민족분열과 허무주의적인 민족도덕성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한민족의 현대사가 스스로 그러한 가능성에 대한 증명을 해 주고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한민족 근현대사는 독립협회의 정신적 후계자들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런 반면 아무도 의심할 수 없는 한민족 정통국가였던 대한국의 운영주체이기도 한 대한황실의 관점에서는 아무도 근대사를 평가해 보려 하지 않았다. 독립협회를 해산시킨 황제와 관료들은 수구적이며 망국의 책임을 져야 할 ‘악당들’ 정도로밖에는 인식되지 못했다. 천도교의 대표들이 삼일운동에 앞장선 이후, 천도교의 전신이었던 동학을 탄압했던 조선정부와 대한국정부는 ‘나쁜 정부’였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과 비난은 완전히 일방적인 편견에 근거를 두었을 뿐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망국을 자초한 무능한 정권담당자들이라는 식민사관적인 관점에 깊이 빠져 있는 한국사회에서는 고종(광무황제) 시대의 모든 역사적 사실들을 오직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보는 데 너무도 익숙해 있다.
대한황제와 대한국인들이 지키려던 여러 가지 가치들은 진실로 인류사회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 그것은 폐기처분을 기다리고 있었거나 실패한 가치들이 아니고, 결국 언젠가는 모든 인류가 채택해야만 할 당위성을 갖는 가치들이었다. 극도의 물질문명 숭배 속에 공멸의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인류사회가 평화공존의 정도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적 원리들이 충만한 가치들이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완전히 객관적인 안목으로, 그리고 민족사적 정통성의 맥락에서도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어쩌면 민족통일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동족대립의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유용한 하나의 관점을 제공해 줄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도 해 보면서…
- 〈대한국 정통사 위상정립의 변(辯)〉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