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김일영 같은 학자를 키워 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김도종, 명지대 교수
상아탑에만 머물면서 현실로부터 초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현실에 함몰되지도 않으면서 항상 현실과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신 학자였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한국현대사 인식의 좌편향을 바로잡는 데 평생을 바친 故 김일영 교수. 지난 해 타계 직전까지 교편을 놓지 않았던 그는 우리 시대가 낳은 진정한 학자였다. 생전에 배출해 낸 수많은 업적과 성과는 반백년을 채 채우지 못한 짧은 생에 비추어 가히 놀라울 정도다. 김일영 교수는 한국현대사와 한국외교사, 동아시아 정치경제발전모델, 국제관계론을 가장 폭넓고 깊이 있기 이해한 학자이자 우리 시대 최고의 고민, 그 선상에 서서 평생을 연구에 몰두한 학자였다. 또한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후학들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성적 보수’로 대변되는 그의 철학은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공헌했다. 진지하고 치밀한, 그리고 명쾌한 글은 통렬한 비판과 함께 발전의 길을 제시했고, 무리한 주장을 펼치는 ‘진보’에 대한 꾸짖음과 동시에 귀를 닫은 채 편협한 사고와 논리로 일관하려는 일부 ‘보수’에게는 일침을 가했다. 자유주의와 책임에 기반을 둔 성숙한 시민사회를 갈구했기에 정치권력화를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그 어떤 학파를 막론하고 이성적인 가르침을 전달하려 노력했고, 정치권력과 밀착하려는 시민단체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그간 김일영 교수가 써낸 칼럼을 뽑아내고 다시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2010년 초 결성된 〈김일영유고집간행위원회〉의 성과물인 이 책은 故 김일영 교수의 학자적 역량과 인품을 존경했던 동료와 선후배 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출간되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하나하나의 글 속에는 옛 논리에만 갇혀 있지 않은 열린 지식인의 풍모와 학식을 느낄 수 있는 철학이 가득하다. 국가가 나아갈 길을 통찰력 있게 제시하고, 과거에 대한 냉철한 판단도 놓치지 않는다. 김일영 교수의 글에는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뼈아픈 성찰이 배어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학계에 한 명의 소중한 지식인을 잃은 아쉬움보다 더 큰 것이 있을까? 성찰과 고뇌의 결과물이 담긴 한 권의 책이 그러한 아쉬움에 미약한 위로로나마 다가간다면 다행스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