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실린 시들은 내 삶의 길섶에
핀 꽃이며 바람이며 노래다
시는 어쩌면 인간사의 바다에서 아름다운 비애를 건지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쓰지 않으면 못 배길 절실한 욕구와 목마름과 결핍의 채움이다.
여기 실린 시들은 내 삶의 길섶에 핀 꽃이며 바람이며 노래다. 삶의 고통과 행복, 여린 미소와 비탄, 사랑의 기쁨과 고독한 눈물, 낭만과 아픔이 뒤섞여 있다.
절실을 향한 미흡한 삶의 갈망인 것이다. 날이 갈수록 시작(詩作)은 힘들고 벅차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늙게 이에 매달리는 까닭은 역설적으로 시는 누구도 완성할 수 없는 세계며 도정이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국 만당 전기의 시인 두목(杜牧)은 그의 〈淸明〉이라는 칠언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청명 시절에 빗발 어지러우니/ 길 가던 나그네 넋을 잃고 서 있다/ 묻노니 주막은 어디 있느냐/ 목동은 멀리 살구꽃 마을 가리킨다.” 쏟아지는 세월의 빗발에 내 시야는 점점 더 어지럽고 마음도 심란하다. 갈 길은 먼데 해는 짧다.
차라리 비를 핑계 삼아 술이라도 한 잔 하고 갈까? 멀리 살구꽃 마을 그리면서.
- 작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