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의 첫시집 『개미는 시동을 끄지 않는다』는 한 생애로 여러 장르를 사는 작가의 문학적 재기才氣가 시로써도 만발해 있음을 새삼 확인시킨다. 감탄을 금할 수 없게 만드는 열정과 집중력은 한계를 모르는 이 시인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바탕에서 작동하는 결과이다.” -김명인
우리가 잘 알듯이, 서정시는 지나간 것들 혹은 사라져 간 것들을 순간적으로 탈환하고 복원함으로써, 그것들이 결여하고 있는 ‘지금 여기’의 삶을 돌아보고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쪽으로 현저하게 경사되는 특성을 가지는 언어 예술이다. 이때 서정시를 구성하는 원리인 ‘기억’은, 현재에 대한 우회적 비판을 수행하고, 미래적 비전은 이러한 탈환과 복원의 순간성 속에서 가능해진다. 이러한 서정시의 오래된 직능은, 주체의 근원과 정체성을 새삼 확인하고자 하는 ‘동일성 시학’을 완강하게 고수해 가는 경향을 띤다. 정미 시인의 첫시집 『개미는 시동을 끄지 않는다』(문학세계사, 2015)는, 이러한 서정시의 욕망과 기율을 깊이 충족하는 세계, 곧 각별한 기억과 근원 지향의 속성을 남김없이 보여 준다. 그녀는 우리가 언제나 시간의 규율 속에 살아간다는 사실을 깊이 자각하면서, 시간의 불가역성을 거슬러 기억의 재현 작용을 통해 시적 현재를 첨예하게 구성한다. 그래서 그녀의 시편들은 무의미한 집적으로 보이는 시간을 충일한 의미의 시간으로 바꾸면서, 이러한 기억의 원리를 충실하게 결속해 낸다. 그 기억의 과정에서 시편들은 가장 역동적인 흐름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