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한 겨울동안 꼭 옴츠러졌던 몸뚱이가 이제야 좀 녹고 보니 여기가 근질근질 저기가 근질근질. 등어리는 대구 군실거린다. 행길에 삐쭉 섰는 전봇대에다 비스듬히 등을 비겨대고 쓰적쓰적 비벼도 좋고. 왼팔에 걸친 밥 통을 땅에 내려놓은 다음 그 팔을 뒤로 젖혀올리고 또 바른팔로 다는 그 팔 꿈치를 들어올리고 그리고 긁죽긁죽 긁어도 좋다. 본디는 이래야 원 격식은 격식이로되 그러나 하고 보자면 손톱 하나 놀리기가 성가신 노릇. 누가 일 일이 그러고만 있는가. 장삼인지 저고린지 알 수 없는 앞자락이 척 나간 학 생복 저고리. 허나 삼 년간을 내리 입은 덕택에 속껍데기가 꺼칠하도록 때 에 절었다. 그대로 선 채 어깨만 한번 으쓱 올렸다. 툭 내려치면 그뿐. 옷 에 몽클거리는 때꼽은 등어리를 스을쩍 긁어주고 나려가지 않는가. 한번 해 보니 재미가 있고 두 번을 하여도 또한 재미가 있다. 조그만 어깻죽지를 그 는 기계같이 놀리며 올렸다 내렸다, 내렸다. 올렸다. 그럴 적마다 쿨렁쿨렁 한 저고리는 공중에서 나비춤, 지나가던 행인이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눈을 둥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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