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그 후 물에서 헤엄치기 시작하였고, 이윽고 하늘도 날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은 새로운 공간에서 그들의 꿈을 펼쳐 나갔다. 그러나 그 모두가 직립의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어쩌다 도립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은 극히 잠시뿐이었다. 그것은 그들의 시각과 활동의 공간을 제한하였다. 그것은 불행과 고난과 재난의 양산 속에서 인간을 질식하게 해 왔다. 이제 인간은 한 가지 하지 않은 것, 즉 도립의 시대로, 물구나무서기의 공간으로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시공이 있기에. 또한 거기에 여름 밤 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 같은 詩들이 반짝이기에.
눈을 닦고 씻고 보아도
보이지 않을 때는
눈을 감고 보아라.
네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
검고 붉은 것이 보이는가?
귀를 닦고 씻고 들어도
들리지 않을 때는
귀를 막고 들어라.
네 속에서 아우성치고 있는
검고 붉은 소리 들리는가?
그것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사는 세상
그것을 듣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며 사는 세상
물구나무서기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세상의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 본문 ‘물구나무서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