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에 가장 골치 아픈 존재는 주자학에 오염된 완유(頑儒)의 무리였다. 그들은 “정학(正學:바른 학문)인 주자학을 지키고 사학(邪學:요사한 학문)인 서학(西學:기독교와 서양의 학문)을 배척한다”는 이른바 위정척사론(衛正斥邪論)을 내세우면서 개화에 맹렬히 반대했다. 완유의 우두머리인 최익현(崔益鉉)은 “개화란 오랑캐를 이용해 소화(小華)를 변형시키고 사람을 짐승으로 타락하게 하는 행위”라고 했다. 못나고 우유부단한 고종과 민씨 세력은 안으로는 위청척사파에게 휘둘리고 밖으로는 청나라 이홍장(李鴻章)에게 짓눌려 국가 쇠망의 길을 걷게 되고 후손들이 이를 만회하는 데는 백 년 이상의 시간을 소비해야 됐다.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905년 11월의 을사보호조약, 1907년 7월 헤이그에서 열린 제2차 만국평화회의, 1910년 8월의 한일합방 때 우리나라에 대한 열강들의 냉담한 태도는 이로 인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저자는 과거 조상들의 잘못을 교훈으로 삼아 올바른 길을 찾는 데 참고가 되기를 희망하는 뜻에서 이 책을 기필(起筆)하게 됐다. 비록 우견졸고(愚見拙稿)라 할지라도 독자 여러분께서 널리 이해하여 주시고 기탄없는 지도와 편달을 바라는 바이다.”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