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밤에 길 위에 나서면 어디 먼 곳에 얇다란 검정 망사나 우중충한 수풀에 가리어서 달이 우련히 떠 있으려니 하는 착각을 가지게 된다. 최군이 먼저 마당에 내려 서면서,
“아유 이 눈 보게, 어느 새에 한 치나 쌓였네.”
하고 지껄이니까, 최군 옆에 같이 따라 나섰던 해중월이라는 기생이,
“눈 오시는 밤에 취해서 거리를 쏘다니는 것두 버릴 수 없는 흥취시죠.”
하고 요릿집 사환 아이가 빌려주는 우산을 마다고 그냥 두루마기 바람으로 눈 속에 들어섰다. 그도 미상불 술이 얼큰하니 취한 모양이다. 기생이 마다고 한 우산은 정군이 받아서 펼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