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산업 사회를 형성한 주역이자 자본과 노동의 중재자로서,
새로운 생산 패러다임을 이끌어낸 혁신가로서 엔지니어를 조망하다
과학기술사 연구는 공학을 응용과학으로 보는 견해가 사실과 다름을 보여준다. 공학은 산업혁명 이전 혹은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철교나 증기 기관을 만들던 장인 기술 혹은 기예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신설 학문이다. 공학은 과학을 응용해 발달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독자적으로 발달한 공학 지식에서 새로운 과학이 등장한 중요한 사례가 다수 있다. 따라서 기술과 공학이 과학의 응용에 불과하다는 전통적·상식적 견해는 재고되어야 한다.
근대를 구축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한 엔지니어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양성되었고, 그들의 사회적 정체성은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그들은 출신 국가에 관계없이 과연 동일한 길을 걸었을까 아니면 국가별로 각기 다른 길을 걸었을까? 이 연구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근대화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마치 20세기 비(非)유럽 국가에서 전개된 근대화의 길이 하나가 아닌 것처럼, 엔지니어의 탄생 과정 역시 보편적이라기보다는 국가별로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기는 제1차 산업 혁명기, 즉 18세기 후반에서 1870년대 혹은 1880년대까지다. 특히 이 시기의 토목공학과 기계공학에서 근대 엔지니어가 탄생하는 과정을 분석한다. 이 시기는 주요 유럽 국가와 미국에서 엔지니어 양성의 무게중심이 장인의 작업장에서 대학 및 기술학교의 실습실로 이동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