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오는 봄, 상큼한 향기를 뿜어대는 제비꽃, 나물무침으로 먹던 꽃다지, 국그릇을 채워 주던 민들레가 그리 많은 들풀 속에서 죽은 듯 지내다가 제일 먼저 잠에서 깨어나 봄길을 밝혀 주고 있다. 보면 볼수록 대견스럽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희망에 가슴이 부풀어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주어진 시간이 없어져 간다는 느낌에 시큰둥해지기도 한다.
이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향긋한 꽃향기가 코끝에까지 다가와서 간질이고는
“돌고 도는 게 세상살이 아닙니까. 마음을 편하게 가시지요.”
하면서 가냘파 보이는 꽃다지가 몸을 흔들어가며 애교를 부린다. 맛깔스러운 춤사위를 보고 있으니 발걸음을 붙들고 있는 피로가 녹아 나가기 시작한다. 여기에 따사한 봄볕이 살포시 내려쬐어 주기까지 하니 겨우내 얼어붙었던 몸이 흐느적거려진다. 굳어 있던 발걸음이 사뿐거리고 마음은 꽃마을 깊숙한 곳에까지 들어가 쉬고 있다.
〈명상 1 中〉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