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학을 빛낸 문인들!
1900년대를 대표하는 이효석, 현진건, 이익상, 김유정 등 우리 문학을 빛낸 큰 별들의 이야기이다.
이효석은 근대 한국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근대단편소설의 선구자인 현진건은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민출한(모양새가 밋밋하고 훤칠한) 자작나무(白樺) 밑에서 아귀아귀 종이 먹는 하아얀 산양(山羊) - 일년 동안이나 나와 벗한 너는 나의 이 무위의 일년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가. 종이를 - 이야기를 좋아하는 양. 한 권의 책도 많다 하지 않고 두 권의 책도 사양하지 않는구나. 이 이야기에 배부르면 풀 위에 누워 가지가지의 꿈을 되풀이하는 애잔한 자태 - 너에게 이야기를 먹이고 꿈을 주기에 나의 무위의 일년이 마저마저 지내려 한다.
--- “10월에 피는 능금꽃” 중에서
"암만 사람이 변하기로 어째 그렇게도 변하는기오? 그 숱 많던 머리가 훌렁 다 벗어졌더마. 눈은 폭 들어가고 그 이들이들하던 얼골빛도 마치 유산을 끼얹은 듯하더마."
"서로 붙잡고 많이 우셨겠지요?"
"눈물도 안 나오더마. 일본 우동집에 들어가서 둘이서 정종만 한 열 병 따려 누이고 헤어졌구마."
--- “고향(그의 얼굴)” 중에서
어쨌든 이 하룻밤 이야기가 영원히 영원히 나의 머리에 슬어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에도 이 이야기를 다시 생각할 때마다 나에게는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적막이 찾아와서 나의 가슴을 오롯이 점령하게 됩니다.
--- <남극의 가을 밤” 중에서
조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게로 흘러간다. 앞장 선 허생원의 이야기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밤이 깊어도 술꾼은 역시 들지 않는다. 메주 뜨는 냄새와 같이 쾨쾨한 냄새로 방안은 괴괴하다. 윗간에서는 쥐들이 찍찍거린다. 홀어미는 쪽 떨어진 화로를 끼고 앉어서 쓸쓸한 대로 곰곰 생각에 젖는다. 가뜩이나 침침한 반짝 등불이 북쪽 지게문에 뚫린 구멍으로 새드는 바람에 반뜩이며 빛을 잃는다. 헌 버선짝으로 구멍을 틀어막는다. 그러고 등잔 밑으로 반짇고리을 끌어당기며 시름없이 바늘을 집어든다.
산골의 가을은 왜 이리 고적할까! 앞뒤 울타리에서 부수수 하고 떨잎은 진다. 바로 그것이 귀밑에서 들리는 듯 나직나직 속삭인다. 더욱 몹쓸 건 물소리 골을 휘돌아 맑은 샘은 흘러내리고 야릇하게도 음률을 읊는다.
--- “산골 나그네” 중에서
외로운 꿈에서 깨어서는 게같이 방 속에서 나와 뜰에 맨 흰 염소를 데리고 집 앞 풀밭을 거닌다. 턱 아래다 불룩하게 수염을 붙인 흰 염소는 그 용모만으로도 벌써 이 세상에 쓸쓸하게 태어난 나그네다. 초점 없는 흐릿한 시선을 풀밭에 던지면서 그 어느 낯설은 나라에서 이 세상에 잘못 온 듯이도 쓸쓸하게 운다. 울면서 풀을 먹고 풀에 지치면 종이를 좋아 한다. 그 애잔한 자태에 애라는 자기 자신의 모양을 비치어 보고 운명을 생각하면서 종이를 먹인다. 한 권의 잡지면 여러 날을 먹는다. 백지를 먹을 뿐 아니라 인쇄된 글자까지를 먹는다. 소설을 먹고 시를 먹는다. 잡지 대신에 애라는 하루는 묵은 일기장을 뜯어서 먹이기 시작했다. 칠년 동안의 사랑의 일기. 지금에는 벌써 쓸모 없는 운명의 일기. 그 두터운 일곱 권의 일기장을 모조리 찢어서 염소의 뱃속에 장사지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흰 염소는 애잔한 목소리로 새침하게 울면서 주인의 운명을 슬픈 역사를 싫어하지 않고 꾸역꾸역 먹는다.
--- “가을과 산양” 중에서
분명 가을인 게, 손을 마조 잡고 부벼 봐도, 얼굴을 쓰담아 봐도, 어째 보스송하고 매낀한 것이 제법 상글한 기분이고, 또 남쪽 창가ㅅ으로 가서 밖 앝을 내다 볼나치면, 전후좌우로 높이 고여올린 삘딩 우마다 푸르게 아삼거리는 하눌이 무척 높고 해사하다.
오후 여섯 시다.
사내에서 일 잘하기로 유명한 강군이 참다 못해 손가방을 챙긴다.
「뒤에 나오시겠서요?」
「먼저 갑시다.」
뒤를 이어 김군도 따라 일어셨다. 마지막으로 여사원 은히가 나간후 실내는 한층 더 호?하다.
--- “가을” 중에서
오늘날 우리의 교양 정도에 있어서는 마음 주림은 육체의 주림보담 쉽게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시(試)컨대 길거리에 방황해 보라. 밖으로 보아도 물론 내부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 듯한 건물이 제군의 전후좌우에 즐비할 것이다. 그것을 보고 제군은 어떤 생각을 일으키는가. 필연코 건축이라든가 위생이라든가 기타 종종의 현명하고 고상한 문제에 관하여 갖가지로 사색할 것이다. 그리고 또 제군은 따스하고 말쑥하게 차림차림을 차린 분들과 마조치리라. 그네들이 제군에게 대한 태도는 어떠한가. 모두 예절있게 깍듯하게 제군의 생활상의 비참한 사실을 주의치 않으려고 짐짓 외면을 할 것이다. 이렇다, 이렇다. 배고픈 사람의 마음은 배부른 사람의 마음보담 반보담 더 수양되었고 보담 더 건전한 것이다. 여기다! 여기 배 곯는 이를 위하여 만장(萬丈)의 기염(氣焰)을 토(吐)할 결론도 생기는 것이다.
--- “가을의 하롯밤” 중에서
"너의 어머니…… 어머니께서 네 소식을 물을 때 나는 무어라 대답하겠니? 나는 형제나 너는 독신……. 늙은 어머니의 독자…… 흑…… 흑…… 흑……."
그의 울음은 점점 커졌다. 이것을 물끄러미 보던 영솔장은 초연히 서서,
"여러분 모두 나의 허물이구려……. 남의 귀한 자식을 데리고 나와서 이 차디찬 땅에 묻어 놓고 이 늙은 놈은 살아가……. 아아 이제 마적을 물리쳤던들. 무슨 면목으로 내가 돌아가나? 응 흑……."
"여러분…… 여러분…… 여러 아우님……. 이 늙은 놈의 목을 버혀다가 저 죽은 이들 유족에게 사죄를 하셔요. 응으응!"
그는 땅에 자빠지면서 통곡하였다. 그 바람에 모든 사람들은 모여들어서 그를 일으키면서 갈길을 재촉하였다.
--- “돌아가는 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