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끄적이고
술 마시는 일 말고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인생,
특별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평범해서 감사하다.
고마운 일상, 기특한 핸드폰.
이상영 사진 에세이 《사소한 날들》
우리는 예술과 연예, 문학뿐 아니라 정치, 교육, 스포츠 심지어 요리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감성과 감동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자신만의 감정을 감성으로 숙성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sns에서 글과 이미지를 퍼 나르면서 공감하는 능력은 탁월해도 독자적인
감성 생산자로서 역할은 어색한 것이다.
그러나 습관을 조금만 바꾸면 순간의 생각과 문득 솟는 감정, 찰나의 시선 따위들을 기록하고 곱씹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사소한 일상을 감동의 순간으로, 소외된 공간을 특별한 시선으로, 잊혀진 시간을 따뜻한 추억으로 바라보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런 과정과 감정들이 아무리 이기적 위안이라 할지라도, 재물이나 몇 줄의 건강 정보보다 훨씬 강력한 인생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책 속으로
만두, 도토리묵,
부침개 몇 점,
후다닥 해치우곤
빨리 가라는 한옥분 여사,
조금만 더 있으라고 내 손을
놓지 못하던 엄마보다
씩씩해서 좋다
지난주 빈대떡 때문에
배 아파 혼났던 기억을
그새 잊었는지
먹거리를 또 가져오는
아들이나 먹는 엄마나
음식 앞에서 단순해지는 걸
보니 모자지간 맞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데,
아들이 코빼기도
안 보인다고 요양원에
소문 다 퍼졌다는 엄마,
과장되게 말하는 것도
서로 닮았다
거짓말쟁이라도 좋고
먹보라도 상관없으니,
세상의 만두가 모두
없어질 때까지
우리 서로 알아보지
못할 때까지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주세요, 엄마
- 본문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