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祐鎭의 대표 희곡
-산돼지
-이영녀
-정오
〈등장인물〉
최원봉(29세) 차혁(28세) 최영순(20세) 최 주사댁(58세) 정숙(25세)
장소
서울 가까운 어떤 군 읍내
제1막
주사댁 집 앞마당을 중심으로 오른편으로 건넌방, 그 앞에 뒷마루. 왼편으로 큰 대청, 또 그 왼편으로 안방 영창문이 있고, 그 앞으로 부엌간이 내밀고 있다. 중류 계급의 견실 순박한 기풍의 세간살이, 장독대, 뒤주, 찬장, 심지어 걸레질 잘 해 놓은 마룻바닥, 잘 쓸어 놓은 마루 밑까지 나타나 있다. 여름날 석양. 바람 한 점 없는 뜨거움이 서늘하게 열어 젖힌 대청 안에서 도사리고 있다.
막이 열리면 대청 중앙에 원봉이와 혁이가 바둑판을 마주 놓고 앉아 있다. 세 번째 승패의 끝판이다.
차혁 : (기가 난 듯이 다리를 세우며) 흥, 끝판에 탁 대들어 본다. 오냐, 대들어 봐 라.(바둑을 놓는다.)
최원봉 : (냉연하게) 네가 말 안 해도 벌써 이렇게 대들지 않았니?(놓는다.) 이리로 막아 버리면 네 살길이 어디냐?
차혁 : (놓으며) 또 이리로 막아 버리면 네 길은 어디고.
최원봉 : (웃으며) 이 넒은 세상에 길이 없을까 봐. (놓는다.)
차혁 : 아, 이놈 보게. (생각한 뒤에 놓는다.)
최원봉 : 넒은 세상에 길 없을까 봐, 넒은 세상에 길 없을까 봐. (놓는다.) 넓은 세 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