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자마자 택시기사를 붙들고 하소연을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이 10년이 넘어가는데도 도대체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아저씨는 그저 오늘 날씨가 많이 춥죠?라며 인사말을 건냈을 뿐이었다. 뒷좌석에서 미동도 없이 조용히 앉아만 있던 아가씨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울렁이는 목소리를 목구멍으로 참으며 자신의 얘기를 쏟아내니 당황 할만도 했다. 평소 개인적인 애기는 지인들이라도 절대 하지 않았기에 스스로도 당황스럽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고, 더 이상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지자, 기사님께서 물었다.
“아버지는 뭐 하시고 혼자서 그리 애쓰나?”
번듯한 직장이 있다고 다를 것 없다. 연봉이 높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것이 아니다. 가장이라는 무게는 저 아무리 잘난 누구라도 숨이 턱턱 막히는 부담과 책임이다. 저녁 7시, 중년 아저씨들의 축 처진 어깨들도 애처롭다. 너무 안쓰러워 골목길을 들어서는 아저씨들의 낡고 늘어난 무거운 가죽가방을 대신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그 뒤를 밟으며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로 가정을 꾸려 배우자와 자식들을 건사하는 그네들보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젊은 이들이 더 불쌍하다. 자신들의 꿈과 희망과 미래를 포기하고 가장의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