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해가 중천에 머물자 그 빛이 찬란하였다. 멀리서 푸른 보리밭이 물결치고 있었다. 숲 바로 아래의 잡초가 우거진 곳에는 작은 시냇물이 흐른다. 풀밭을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너른 개울가에 이르게 되는데, 거기에는 밀짚모자를 쓰고 낚싯대를 한가로히 물에 담그고 있는 김영철 씨가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그의 아들인 명호 군이 낚싯대를 들고 웅크리고 앉아 있다. 아직 일곱 살의 어린 나이지만 그의 아버지를 축소시킨 것처럼 두 모습이 판에 박은 듯하였다. 아이의 머리에 얹힌 소학생 모자가 뒤로 젖혀지자 쓸쓸한 눈빛까지도 아버지를 빼닮은 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