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
아내와 나는 각각 의자의 뒤편 양쪽에 나누어 섰고 유라만이 의자에 걸어앉아 결국 삼각형의 아랫편 정점을 이루었고 세 사람 가운데의 복판의 위치를 차지하였다. 반드시 그가 작고하여 버린 탓도 아니겠지만 이 사진에 나타난 유라의 자태는 그 어디인지 넋을 잃은 듯한 허수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도 눈에 정기가 없다. 빌딩의 창이 열려 있듯 두 눈은 다만 기계적으로 무르게 열려 있을 뿐이지 생명의 광채가 엷다. 흐린 가을날 유리창으로 흘러드는 약한 광선같이도 애잔하고 하염없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부수수한 것은 평소의 그이 치장의 취미라고나 할까. 세 사람이 사진에 나타날 때 한복판의 위치가 불길하다 함은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이 말과 유라의 경우와를 합하여 생각할 때 나는 무서운 암합에 마음이 어두워짐을 깨닫는 동시에 이 사진을 박을 때에 유라와 아내는 그러한 흉신을 알고서인지 모르고서인지 의자에 앉으라거니 뒤에 서겠다거니 하고 한참 동안이나 귀여운 실내기를 쳤던 것을 생각하면 유라의 박명에 더한층 마음이 아프다. 그는 세 사람에 앞서 마치 세 사람의 악운을 휩쓸어 가지고 간 듯하다. 그가 그렇게 빨리 안 간다 하더라도 세 사람 사이의 평균한 안정은 결코 잃어지지 않았을 것을 ─ 그는 생명을 조금도 염려하고 사랑할 필요는 없을 것을 ─ 사진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감상까지 우러러 나와 유라의 짧은 생애가 한없이 애달고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