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어렸을때 만나 사랑을 다짐했던 첫사랑과 헤어지고, 10년 후 그녀를 다시 만난 곳은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결혼식장이다.
그 후 일어나는 일들을 쓴 이야기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엄청난 흥행을 일으켰다.
책 속으로
『솔직이 말해서 석란씨는 석란씨대로 좋은 데가 있고 정주씨는 또 정주씨대로 좋은 데가 있지요. 그러나 내가 정말로 결혼을 한다면 기질이나 취미같은 것으로 보아서 정주씨를 택해야만 했지요. 그러나 정주씨나 내나가 다 같이 다소 소극적이어서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표시하지를 못하고 그러는 동안에 석란씨의 개방적인 애정의 세계로 끌리어 들어가서······ 정주씨 내 말 알아 듣겠읍니까 ?』
『잘 알 것 같아요. 길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04 이별도 아름답게” 중에서
석란과 지운이가 허리가 끊어지도록 웃어대고 있는 동안, 신사 부부는 영문을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어리둥절했다.
『설명을 좀 해 드려야겠어요. 저희들만 기쁘게 웃어서 미안하지 않아요 ?』
석란은 지운을 힐끔 쳐다보고 나서,
『우리 선생님에겐 예쁜 여자가 많이 따라 다닌답니다. 나 같은 건 어림도 없대요. 그래서 우리 선생님이 마음속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던 참에 약혼자가 튀어나왔거든요. 그건 오직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덕분이지요. 후훗······』
--- “08 결혼의 조건” 중에서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리로 쏠릴만큼 마담 로우즈의 모습은 화안하니 빛나고 있었다. 스물 셋의 석란의 어머니이니까, 나이는 적어도 사십의 고개를 두서넛 넘어 섰을 계산이 되어 있으나 십년 쯤은 확실히 젊어 보이는 얼굴 모습이다.
흰 양단 반 회장 저고리를 금사로 수를 놓은 짙은 하늘빛 양단 치마, 적당히 풍부한 흰 손목에 커다란 악어백이 흔들리고 있었다.
생김 생김이 장미꽃 같다고 해서 구식 부모는 장화홍련전의 장화(薔花)를 이름으로 땄다고 했다. 그래서 손님들은 『식도락』의 여주인을 장미부인이라고 불렀고 마담 로우즈라고 불렀다.
--- “13 마담과 철학자” 중에서
청년은 석란이가 욕탕에서 나올 무렵 쯤 해서 바이얼린을 던지고 침대 위에 걸려있는 거울 앞으로 갔다. 머리에다 매끈하게 빗질을 하고 정임이의 화장품을 꺼내서 로션을 얼굴에 문질렀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석란이가 이층으로 훌쩍 올라가 버리기 전에 복도에서라도 한 번 더 만나 보고 싶었다.
청년은 토일릿으로 걸어가면서 탈의장 안을 힐끔 들여다보았다. 파자마를 다 입고 난 석란의 뒷모습이 거울 앞에서 머리 손질을 하고 서 있었다.
토일릿 대리석 댓돌 위에서 들창 밖으로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서 있는데 등뒤 탈의장에서 무엇이 쓰러지는 것 같은 소리가 쿵하고 들려 왔다.
--- “22 초야” 중에서
처음에는 둘이가 다 서로의 얼굴 모습에서 십년 전의 소년과 소녀를 순간적으로 발견하지는 물론 못했다. 그러나 관념적으로 생각하던 것처럼 십년간의 변모라는 것이 이미 청년기에 발을 들여 놓았을 무렵의 작별이었던 만큼 그리 심한 것은 아니었다. 환영 속에 그리던 모습이 정상적인 순서를 밟아서 성장한 보편적인 변모가 있을 따름이었다.
분명히 그 때의 소녀였고 그 때의 소년이었다. 놀라움과 환희와 그리고 일종의 의혹의 념이 똑같이 두 사람의 표정을 얼버무려 주고 있었다.
지운은 자꾸만 후둘거리는 두 다리에 힘을 주며 한동안 묵묵히 서 있다가 벙어리처럼 얼어붙은 입술을 가까스로 떼는데 성공하였다.
--- “26 행복의 정체” 중에서
석란과 정주의 사이를 안 유 민호는 아까처럼 노골적인 유혹된 말을 피하고 점잖은 신사로서의 호의와 견식을 은근히 보이고 있었다. 조급히 굴 필요는 조금도 없다. 호의만 끈기있게 보여 주면 그 호의의 대가가 언젠가 한번은 자기에게 되돌아 온다는 것이 유 민호의 방법론이었다.
그와는 반대의 방법론을 박 준모는 갖고 있었다. 그것은 속결 속단주의였다. 처음 동래 온천에서 생각하던 것과는 다소 예상이 어그러져 의외로 깔끔한 석란이었기 때문에 속결주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지만 지금 대각선으로 마주 앉아 있는 마담 로우즈쯤은 단 이십 사시간의 여유조차 필요치 않았다. 그래서 깔끔한 석란은 당분간 제쳐놓고 박준모의 눈동자는 연방 마담의 시선만 붙들고 있었다.
--- “31 아담과 이브의 결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