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소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책 속으로
원체 집들이 듬성한 주택지대인지라 초목 속에 싸인 그 푸른 집은 이웃과 는 동떨어지게 조용하고 한적하게 보인다. 한편으로 도회의 거리를 멀리 바라볼 뿐 뒤와 옆으로 모란봉의 가까운 자태가 솟아 울창한 산기슭에 달이나 비낄 때에는 그곳이 도회의 한 귀통이가 아니라 짜장 산속의 한 모퉁이인 듯한 느낌이 난다.
이웃 사람들은 그 조용한 한 채를 다만‘푸른 집’이라고 생각할 뿐 뜰안에 어른거리는 사람의 그림자를 보는 때조차 드물다. 수풀과 나무와 화초와 뜰 안이 그렇게 어지러운 것도 하기는 자연의 운치를 사랑하려는 주인의 마음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실인즉 그것을 멀끔하게 거두고 정리할만한 사람이 집안에 없는 까닭이었다. 애잔한 여자들의 손만으로는 삼십 평의 뜰을 다스릴 수는 없었다. 세란은 그래도 한집의 주인답게 집안을 구석구석 돌볼 때가 있기는 하나 꽃 한 포기 옳게 옮겨 심지 못하는 주제며, 동생 미란을 불러내오나 가제 여학교를 마치고 나온 귀여운 응석둥이는 풀을 뽑기보다는 언니와 나란히 서서 자작나무 아래로 거닐기를 즐겨한다. 부엌일을 맡아보는 나 어린 옥녀까지를 동원시킨다고해도 세 사람의 여자만의 식구로는 근 백 평의 집을 건사하기에 힘이 부쳤다.
--- “화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