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딜지언정 결코 멈추는 일 없는 냇물과, 자랑해 마지않던 잎사귀들을 훌훌 털어 버리는 나무와, 땅 위의 모든 것들을 귀천 없이 감싸 주는 눈. 이들은 오랜 기간 잊고 지내던 계절을 저자 박일문에게 다시 보여 주었다. 무심하게 피고 지는 들꽃들이 별이 된 하늘내들꽃마을에서 그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걷는 박일문의 소중한 시선을 이 책을 통해 만나며, 도시의 치열한 불빛에서 조금이나마 쉼을 찾기 바란다.
시라는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정의들이 존재한다. 같은 세상, 같은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숨겨진 그 무언가를 보는 글. 저자만의 새로운 시선을 담고 있지는 않더라도 짧은, 또는 긴 글과 단어를 뒤섞어 감정의 파도를 일게 하는 글. 시는 하나의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내 인생이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는 않더라도 나에게 소중한 순간이라면 그것은 이미 시이다.
한 권을 다 맺고 나자, ‘그곳에서 사람과 자연에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제 생각을 정리하고 순간들을 담아 보았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과 풍경이 자주 카메라와 펜이 들어와서 그렇습니다’라는 저자 박일문의 글이 이미 마음에 스며들었다. 모쪼록 즐기시길 바란다는 저자의 마음처럼 《별이 내려와 들꽃이 된 곳》에서 우리의 인생을 모쪼록 즐기시길 바란다.
익숙한 얼굴
숲에 들었다.
폐가 벌렁거리고 들숨 날숨이 길어진다.
혀를 길게 빼고 숨을 내쉬어 봤다가, 가슴을 쫘악 펴고 숨을 들이켜 본다.
그제야 숲속에 사는 친구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으름나무야 잘 있었니?
네 몸엔 한 무더기의 나비 떼가 앉았구나!
매발톱아!
쑥대밭에서 용케도 꼿꼿이 잘 자랐구나.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