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과 식민지 영화의 각축장, 소리
무성영화에서 발성영화로의 이행을 둘러싼
식민지 조선의 영화와 극장의 정치학
영화에 소리가 도입된 이래, 영화의 표현은 더욱 풍부해졌고 그 결과 우리는 소리가 없는 영화를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음향과 음성이 영화에 삽입되면서 영화는 국민국가의 언어로 ‘들리는’ 매체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관객은 자신이 특정한 언어를 공유하는 공동체에 속한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럴 때 극장은 정치적 중립지대이기는커녕 치열한 정치적 무대가 된다. 그렇다면 식민지 시기 조선의 상황은 어땠을까. 무성영화 [아리랑]을 즐겨 보던 조선인 관객의 눈앞에 토키(발성영화)라는 신문물이 나타났을 때, 조선영화인들은 조선어 영화를 만들고 제국 일본의 국경을 벗어나는 것을 꿈꿨다. 정치적 공간인 극장 또한 토키의 도입에 따라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리의 정치: 식민지 조선의 극장과 제국의 관객』은 한국영화사 연구에서 최근 본격화된 한국의 토키 이행기를 더욱 예리하게 살피고 폭넓게 탐구하는 책이다. 영화 테크놀로지의 도입과 변화는 기술적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정치적·경제적·문화적 변화를 가리킨다. 무엇보다 보는 것 이상으로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은 대단히 첨예한 정치적 테마다. 이때 사운드 도입은 식민지 조선의 동족(어) 공간을 때로는 갈라놓기도 했고, 거꾸로 새로운 공공적 공간을 창출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 책은 식민지 시기 영화에 관한 풍부한 해설과 도판을 통해 당대의 극장이 얼마나 역동적인 공간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운드 테크놀로지의 문화 정치를 역사적으로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