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대리운전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정치 일선에 있는 이들에게 말하거나 필자의 페이스북에도 썼던 문장이다.
대리운전을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이미 망한 사업이지만 4년 전 당시에는 직원들 급여라도 보태려고 시작한 게 대리운전이었다. 대리운전 업계의 문제점을 취재하다가 언론중재위원회에 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직접 대리운전에 뛰어들게 되었으니 이것도 인연인가 싶다. 4년의 기간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한편으론 대리운전을 통해 많은 경험을 했다. 여러모로 고마운 일이다.
운전을 생각하면 자가용 승용차도 있고, 택시 운전 등을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대리운전은 좀 다르다. 자가용은 자신의 차를 자신이 운전하는 것이니 성격이 다르지만, 택시를 예로 들면 택시 기사는 자기 차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항상 같은 차를 운전하며, 이용 고객은 손님이다. 그런데 대리운전은 자기 자동차라는 인식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자동차의 주인이 고객이고 기사는 잠시 운전대만 잡았을 뿐 목적지에 도달하면 기사가 떠나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그렇다. 대리기사가 고객의 자동차를 잠시 책임져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셔야 하는 게 임무라면, 정치인도 마찬가지로 고객인 국민의 요구에 맞춰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신 후 자신이 떠나야 하는 게 소임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약 20년에 걸쳐 정치권 언저리를 서성였다. 지금의 미래통합당 근처는 인연이 없어 가까이 갈 기회가 없었다. 당선 자체가 우리 민주주의의 진보라는 마음으로 노무현을 지지했던 필자는 자연스럽게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 활동했는데, 외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 때 누군가의 제안에 서슴지 않고 응해 안철수 후보 대선 캠프에 부본부장으로 참여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가까웠던 사람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지만, 후회는 없다. 정치는 그렇다. 승자의 위치에 있는 것만 의미 있는 게 아니다. 2등 3등 꼴등의 자리가 1등을 만드는 역할도 하는 것이기에 어느 자리나 나름의 의미가 있고, 나는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문재인 정부다.
자유한국당이 ‘민부론(民富論)’이라는 책을 출간하는 걸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나라가 아무리 부자라도 국민의 삶이 어려우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는데 때마침 이런 의제를 꺼내 들기에 반가운 마음 반, 우려하는 마음 반으로 읽기 시작했다. 내용에서 동의하기 어렵고 실망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나마 이렇게라도 우리 경제와 사회의 문제점을 정리해놓은 게 어디냐는 심정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그만큼 방대한 문제들을 잘 정리해놓은 게 자유한국당의 ‘민부론’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 텍스트를 얼개로 동의와 반박을 하고 나름의 제안도 보태면 좋은 저작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명 작가도 학자도 아닌 일반인의 시각이지만, 우리 정치와 사회의 발전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