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주는 침식을 잊고 어형 그린 종이에 정신을 쏟았다.
벌써 그 우에는 악기로서 부분을 따서 이름과 해석을 기입하였나니
고기머릴 ─‘사공(司空)(허공을 잡다.)’
눈을 ─‘신문(神門)(신이 출입함.)’
등을 ─‘도천(走天)(온갖 것이 뛰어 놈.)’
배를 ─‘수지(受地)(사랑을 다 받음.)’
꼬릴 ─‘지정(指情)(정을 버리지 못함.)’
이라 하였고 삼성(三性)을 가르는 줄은 희성선(喜性線)비성선을 양편에 두고 묵성선을 화성 (和性)이라고도 하여 가운데 두기로 하고 줄을 떠 괴는 괘를 운우(運宇)라 한 다음, 이 악기 이름을 지어 어산금(魚山琴)이라 하였다.
이 해석이 또한 특이한 것이니 ‘어(魚)’는 동(動)이요 정(情)이요 촉(觸)이니, ‘산(山)’의 묵(默)이요 포(抱)요 감(感)에 합치됨이라. 내 청춘이 세상 바다의 고기였더러니 산에 올라 도리어 바다를 바라는도다 하였다.
그러고 어산금 높이를 반 뺌, 길이를 석 자쯤 짐작하고 운우가 서는 주전을 둔둑하게 하며 사공에서 지정에 이를수록 가느라질 뿐 아니라 세 줄도 합쳐져 버리는 그런 구도(構圖)였다.
설계가 완전히 끝난 다음은 곧 오동나무를 반자로 내어 절(節)을 죽이기 위해 진흙에 묻고 명년 봄 안으로는 기어이 완성하리라 뼈므렀던 것이었다.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