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매의 이야기보따리, 철도 공작창 기차 소리, 신간 만화 《카르타》,
희섭이네 골방 아지트, 좌충우돌 문예반, 유신 철폐 페인팅 벽서…….
지금의 나를 만든 시간들을 만난다.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그때 그 시절 따뜻했던 이야기
1970~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았고, 이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우리 시대 아버지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쓴, 소설적 성격이 강한 자전적 에세이다. 작가가 들려주는 스물여덟 가지 에피소드에는 그때 그 시절을 환기하는 따뜻한 이웃들과 친구들의 이야기, 자신의 성장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따뜻하고 유쾌함에 배꼽 잡으며 웃기도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짓기도 하고, 함께 슬퍼하며 아파하기도 한다.
넙데데한 얼굴에 바른 새빨간 구찌베니가 인상적이었던 이웃집 형섭이 엄마, 일 원에 네 권 볼 수 있던 만화책을 더 보려고 친구들과 짜고 속였던 만화방 아저씨, 하얀 블라우스에 멜빵 달린 진남색 주름치마가 예뻤던 첫사랑 경옥이, 라면 한 봉지씩 손에 흔들며 희섭이가 앞장서 부는 트럼펫 소리에 맞춰 희섭이네 골방 아지트로 몰려다녔던 우리들, 유신 철폐를 외치다 가게 된 징역살이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 이 모든 사람들과 맺은 관계와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시간들이었음을 작가와의 시간 여행을 마치고 나서야 알게 된다.
이렇게 젊은 날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꿈꾸었던 세상에 대한 가치들을 꺼내 놓는 작가의 옛날이야기는 그 시절을 함께 겪어냈던 지금의 동년배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그 시절의 따뜻했던 이야기들, 친구들 간의 우정,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같은 그 당시의 가치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거라는 작가의 고백은 그래서 더 유의미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