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죽음에 빚진, 생의 빛나는 의미에 대하여
문학사상사 신인작가상(2001)으로 데뷔하여 《헬로우 할로윈》《우리 동네 좀머씨》등의 작품집을 펴낸 바 있는 작가 조명숙이 문학사상사에서 작품집을 냈다.
보일러가 괜찮을까 하는 걱정으로 하루를 보낸 어느 비오는 저녁, 급작스레 날아든 지인의 부고를 받고 작가는 소설의 모티브를 얻는다. 오빠가 뇌진탕으로 다급하게 병원에 옮겨지고 있을 때 설거지를 하다 접시를 깨뜨렸고, 오래전 알던 이가 산중에서 홀로 죽어갈 때 즐겁게 술을 마시다 화장실에서 이유도 모른 채 잠시 침울했었던 기억들 속에서 그들이 죽어가는 동안에 사느라고 열심이었던 자신이 굉장히 ‘어색하고 머쓱’했다고 고백한다. 삶과 맞닿은 죽음에 대한 작가의 이런 의문은 마침내 자신을 ‘비켜간 죽음이 누군가의 목숨을 잡아채가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 두려움 때문에 모른 척하지 않았을까?’ 라는 반성에 이르게 된다.
작가에 의하면 삶이란 해독되지 못한 기호들이 해독되지 못한 채 부딪쳐서 생기는 스파크가 배합된 모래밭이다. 작품 전편에는 이렇게 이해받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인물들이 등장해 타인의 죽음 빚진 채 살아간다. 이것은 작가 자신의 죽음 혹은 삶의 절절한 고백인 동시에 마치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