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하 향강상』은 저자가 전기도 없이 자라던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을 엮은 책이다.
지난 15년 이상의 기간 동안, 직장생활 틈틈이, 야심한 밤에 문득 잠에서 깨었을 시에, 곤히 잠든 네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 아이들과 같은 나이였을 당시의 기억들을 되새기며 이를 꾸준히 기록하였다. 내가 이 글을 15년도 넘게 꾸준히 쓰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은 즐거움에 사로잡혀서였다.
어린 시절 추억을 기억하는 그 순간순간의 내 곁에는
1) 항상 어머니가 있고 아버지가 있고 성아 랑 누야가 있고 또 고향의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2) 내 고향의 구석구석을 밤이면 밤마다 다녀올 수 있었다.
3)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부모가 있고 친구가 있고 고향이 있고 고향사람들이 있고…!
이런 즐거움으로 이를 계속하다 보니 글이 많아졌다. 이 글이 길어지면 질수록 나는 더욱 더 즐거웠고 이제 내 고향 책이 된다.
이 책이 지향하는 바는
1) 나의 지엽적 경험인 어릴 적 고향에서의 추억과, 이제는 사라져가고 있는 그러나 당시에는 우리를 옭아매었던 관습과 일상을 그때의 어린 시각으로 회상하면서 우리가 겪어 온 문화접변을 되돌아보며 온고지신(溫故知新)하고,
2) 이제는 거의 퇴색되고 없어져 가는, 표준말에게는 방언일 망정 우리에겐 정겨운 표준말인, 그리고 통일신라시대에는 명실공히 표준말이었음 직한, 고향의 언어들을 그 당시의 표현으로 자연스럽게 되새김질 해 보면서,
3) 이를 통하여 경험을 같이 공유한 독자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기며 즐길 수 있는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고, 색다른 경험인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세계를 맛 보이며 과거의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위 세 가지의 이 책이 추구하는 바는 단원 별로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각각 제하의 글들 속에 서로 혼재되어 있다.
이 책의 제목 『황매산하 향강상(黃梅山下 香江上)』은 ‘황매산 아래 향강의 상류’인, 15년간 전기도 없이 살았던 저자의 고향을 뜻한다.
‘향강’의 어원’은 황강의 원류인 덕유산 향적봉(香積峰)의 ‘향’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한문을 많이 병기하였다. 고전에 근거한 내용은 특히 그렇다. 중국 관광객들이 합천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은 전기가 없던, 교통수단이 열악하던 환경에서의 극히 지엽적인 저자의 당시 경험을 토대로 엮은 것이다. 지엽적 경험이 삶의 지혜를 제공한다고 믿어서이다. 또한 대표적인 세계 명작 동화들이 대부분 지엽적인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의 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 등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추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러한 명작들에 견줄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의 이야기 역시 이에 못지 않다는 생각이다.
극히 지엽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을 가진 우리들이 과감하게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이루었다. 지엽적 경험은 곧 삶의 지혜를 제공한다는 증거이다.
이 책 2권에서는 합천과 특히 내 고향 대병을 중심으로 결혼문화와 화장실문화 그리고 공연문화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향강을 보다 확실히 알게 되고 그 속에 숨은 감동스토리를 얻은 것은 큰 수확이었다.
합천댐의 건설로 당시의 고향은 많은 부분이 수몰되었다. 그리고 산천은 자주 변한다. 이에 책의 시작부분에 합천 고향 사진전을 마련하였다. 1권과 2권에서는 수몰지역의 옛날 사진들을 주로 전시하고, 합천 8경과 각 고을의 모습 및 민속사진 등을 후속편에 실을 것이다.
정유년 새해 벽두에 교보문고 퍼플은 나를 2017년도 VIP작가로 선정하였다. 이 영광을 모든 독자께 돌린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의 가슴에 즐거움이 한 가득 깃들 것을 기대한다.
2017.01.25
북악산로 개운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