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는 아침나절 까마귀 왜 울어쌌나
누구 하나 떠나가나보다
때 묻도록 걸치던 옷 지붕에다 벗어두고 서러운 서러운 이승 하직하는 날
환히 웃는 꽃도 방울 방울 눈물로 피고 쏟아지는 빛살도 깜깜한 어둠으로 오고
꽃상여 가는 길만 붉게 타오르는데
헝클어진 머리카락 풀려 땅에 끌리고
손톱도 발톱도 쑥쑥 길어나
몇 천 리는 더 가고 남을 신발 가득 넘치는데 누구 하나 기어이 떠나가나보다
청산에 걸린 흰 구름밭에 펄렁이는 만장으로
― 본문 시 〈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