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자기 말 두고, 왜 그렇게 영어를 많이 씁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흐름에 발맞춰 연변 문화와 연변 사람들을 들여다보자. 저자가 하나씩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훈춘 사건,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 등 굵직한 우리네 역사의 현장이기도 한 연변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이 현재 이어가고 있는 삶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조선족은 한국말에 영어가 너무 많아 알아듣기 힘들다고 말한다. 처음 한국에 온 조선족이 가장 힘든 게 우리말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하니, 웃지 못 할 사정이 아닌가. 그런데 질문한 사람으로부터 ‘그렇군요’라는 말을 들은 적은 없으니, 딱히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못한 게 분명하다. 조선족은 영어를 몰라서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고, 한국 사람은 순우리말을 몰라서 연변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 이 중 누가 더 한국적인 걸까.
자신이 병들고 죽어가는 이유도 모른 채 생체실험 대상으로 비참하게 요절한 청춘이 몇 명이고, 일본군에게 야만적이고 잔인하게 대량 학살을 당한 조선인은 또 얼마나 많은가. 송몽규와 윤동주와 심연수와 또 이들 말고도 말이다. 1920년과 1923년과 1932년과 또 이 해 말고도 말이다. 만주는 이제 잊혀가는 시공간이다. 그러나 여전히 북간도 연변을 망각해선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심연수와 송몽규와 윤동주와 또 무참히 학살된 수만의 남녀노소 조선인들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