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분트 - 평화에 바치는 애(송)가
- 임의 죽음을 극복하게 한 애가와 송가
결핵 앓던 시인 클라분트는 ‘다보스‘로 요양 갔었어.
그곳은 토마스 만 소설 ‘마의 산‘으로 잘 알려진 곳이지.
요양 온 미의 여신, 피아니스트와 사랑에 빠진 곳이지!
그 사랑을 ‘평화‘란 뜻으로 ‘이레네 Irene‘라 개명해 불렀어.
이레네에게서 방랑자 클라분트는 평화와 의미를 찾았어.
시인은 방랑을 끝내고 숲속의 남자 ‘실비우스‘가 되었지
이레네는 그의 성향을 바꾼 숲속의 여인 ‘실비아‘가 되었지.
절망의 숲에 사랑은 불타올랐고 소망의 새 생명을 잉태했어.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질투했지, 이들의 사랑과 소망을!
결과는 참담했네, 새 생명만 남긴 채 ‘평화‘는 눈 감은 게야.
“3음1색“은 꿈으로만 남고, 시인은 감내해야 했지 “1음1색“을!
클라분트는 프로메테우스의 고통과 욥의 외침을 그냥 두지 않은 게야.
‘평화‘ 앞에 시로 바친게지: 예레미야처럼 애가를, 다윗처럼 송가를!
주경민 시인이 그대들 위해 “평화에 바치는 애(송)가“로 편역한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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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이 사랑을 잃고, 해와 달을 잃고, 하나님을 잃고 언어를 잃고 거기다가 삶까지 잃게 된다면, 그때 시인은 과연 무엇을 할까? 이 질문에 혹자는 아무런 주저 없이 즉시 “식음을 전폐하고 필을 꺾는 게지!“라는 답을 할지도 모른다. 이 질문과 반대로 요절한 독일 천재 시인인 클라분트 (Klabund 1890-1928)가 이 극한 상황에서 무엇을 했는지 시집 “평화에 바치는 애(송)가“에 수록된 51편의 시들을 통해, 시를 기꺼이 쓰는 시인들은 물론 시를 즐겨 읽는 독자들에게 답을 주고 있다.
시인 클라분트는 1918년 10월 30일, 첫 딸을 얻지만 첫사랑인 아내를 잃게 되며 1주일 뒤인 28살 생일날에 제1차 세계대전은 막을 내린다. 종전으로 평화가 다시 찾아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반전운동을 하며 독일 프로이센 제국 황제, 빌헬름 2세에게 반전에 대한 공개서한까지 쓴 시인은 자신의 사랑이자 평화인 이레네 (Irene)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평화를 잃고 사랑을 잃은 시인은 이 슬픔을 욥처럼 한탄하고 소리치는 대신, 예레미야처럼 소네트 형식에 담아 독일 문학사에서 가장 감명적인 “소네트 애가“를 매일 한 수씩 이레네 무덤 가에 가져다 바치면서 시인의 언어를 결코 잃지 않는다. “애가“를 완성하자 둘 사이에 사랑의 결실로 남은 어린 딸조차 엄마를 뒤따라 가버린다. 이 고통과 절망 앞에서 시인은 죽은 사랑 앞에 이제는 송가를 바친다. 1919년 12월부터, 이듬해인 1919년 3월까지 쓴 시가 바로 “평화에게 바치는 송가“이었다.
스스로 시를 쓰는 시인이거나 시를 즐겨 읽는 독자이지만, 갑작스럽게 엄습한 욥의 비극으로 지극한 슬픔에 빠져, 하나님을 잃고, 소망과 믿음을 잃고, 언어를 잃어 삶을 포기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소망을 다시 품고 언어를 회복하라!“는 열망으로 이 번역시집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