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령 길을 걷는다’는 제목으로 제57 번째 시집 저자의 말을 요약한다.
아직도 정상은 보이지 않고 준령 길 언덕 돌 의자에 앉아 올라온 먼먼 길 무심코 내려다본다.
먼 길 걷느라 힘들고 다리도 아프지만 고단하다고 주저앉거나 자리보존하면 지금까지 걸어온 길 포말이 되고 말 것이며 초심의 작심 무의미하게 된다.
장족 길 허겁지겁 좇을 일은 없지만 그래도 누워 천장만 쳐다볼 수 없어 영혼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허송세월 마음의 지팡이 앞세워 한 발 한 발 몸의 컨디션도 명줄도 잇는 행보 지켜가며 꾸준히 걸을 것이다.
필연코 정상에 도달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 다음에는 정상인줄 알았는데 넘고 넘는 크고 작은 준령 팔십 고개 넘었어도 꽃구름 앉은 정상은 없다.
정상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쉴 수 없고 누워 뒹굴 수 없어 노구 사지 녹슬기 전에 오늘도 한 발 한 발 경개 찾아 산하 길 낯선 발걸음 한 발작 옮긴다.
― 저자의 말 〈준령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