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새집을 만들어 나무에 걸어놓고 산새가 날아와 집을 짓기를 기다렸다.
며칠 후 어치 한 쌍이 집 지을 재료를 물어 날랐다. 집을 반도 짓지 못했는데 어치 부부는 더 이상 집을 짓지 않았다.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이 어치에게는 위험 부담이 되었나보다.
산토끼가 밭 가운데까지 내려왔다. 소리 나지 않게 토끼의 움직임을 살폈다. 어쩌다 토끼의 눈과 마주쳤다. 나를 본 토끼는 울타리를 뛰어 넘어 산속으로 도망갔다.
그 때의 서운함을 생각하며 아직도 나를 믿어주지 못하는 그들을 탓하기보다 믿음을 주지 못한 내가 더 미워진다.
내 마음은 동심으로 돌아가 예쁜 글을 쓰고 싶지만 오히려 어린이는 내 마음을 못 믿어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산새 어치와 산토끼가 나를 믿어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치와 산토끼가 나를 믿어줄 때까지, 동심에 감동을 주는 글을 쓰기 위해 나를 닦아가고 싶다.
덜 닦아진 글이지만 가까이 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펴낸다.
― 한금산, 머리말 〈모두와 가까와졌으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