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것/ 그것이 어디 시간뿐이랴/ 겨울이 가며 봄이 온다지만/ 그 봄이 어디 지나간 봄이던가?/ 떠난 사람을 기다리기보다는/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는/ 차가운 생각이 들 때/ 겨울 바다를 찾기보다/ 그 자리에 정지해 있고 싶은 마음/ 이 순간이/ 진정한 그리움이고/ 작지만 아주 큰 사랑이 되리라// 뒷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슬픔보다/ 몰려오는 파도에 마주 서/ 소리 질러보고 싶은 날/ 깊은 마음의 바닥까지/ 말갛게 씻어내고 싶다
― 한금산, 시인의 말(책머리글) 〈소리 질러보고 싶은 날〉
『겨울 바다를 팔아요』는 한금산의 아홉 번째 시집이다. 오랫동안 숙성해온 명주(銘酒)처럼 인생의 내면에 대해 깊고 예리한 통찰과 고귀한 사상성과 심미적 가치의 탁월성을 보여 주는 언어미학의 결실이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언어예술로서의 미적 성과다. 시인마다 추구해가는 세계가 다르지만 한금산의 시 세계가 지니는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아름다움이며, 다른 많은 조건들도 모두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한금산 문학의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언어는 시인의 생명인데 언어를 묻고 작아지는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찬바람만 부는 ‘겨울 바다’를 다 청산하고 훌 훌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중략)
〈겨울 바다를 팔아요〉가 그런 체념과 분노의 표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소쩍새와 들플과 징검다리 돌에서 최고의 아름다움을 찾는 탐미적 시인의 메시지는 특히 이 오염의 땅 대한민국에서는 너무도 소중한 것이다. 그의 아홉 번째 시집 〈겨울 바다를 팔아요〉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한국 시단의 큰 성과이며 경사다.
- 김우종(문학평론가), 발문 〈한금산 시의 미학적 구조와 사상성〉 중에서